■ 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스마트폰이 아닌 멀티미디어 기기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흥행 돌풍

여성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아이폰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에, '아이폰이 몇 대나 팔릴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는 1년 동안 10만~20만여 대를 예상했다.

이는 국내의 스마트폰 시장이 30만여 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절반을 차지하는 성공을 거둔다 해도 15만 대 수준일 것으로 본 것이다.

경쟁사들도 "그래봐야 스마트폰인데, 10만대? 20만대?"로 잡고 대처했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본다면 10만~20만 대도 많이 잡은 수치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아닌 멀티미디어 기기로 본다면 다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아이폰이 한국에서 성공하는 이유[주1]'에서 예상한 것처럼 아이폰을 게임기나 멀티미디어기기로 사람들이 받아들일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모바일 '메이플 스토리'가 1천만 내려받기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은 모바일 게임시장이 활성화된 곳이다.

시리즈 합계로 1천만 내려받기(down-load)를 달성한 모바일 메이플 스토리 시리즈
액션퍼즐패밀리1, 미니게임천국1, 미니게임천국2, 미니게임천국3, 붕어빵타이쿤2, 2009프로야구, 삼국지 무한대전' 등의 인기게임들은 200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이들 게임을 한 번 내려받으려면 1만 원 이상 든다. 게임은 4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무선데이터 비용 8000원이 들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폰 용 게임은 공짜다. 아이폰용 앱스토어에는 이미 수 만 개의 게임이 있다. 재미있는 게임도 있고, 무료 게임도 있다. 닌텐도DS 수준의 품질 높은 게임도 있다. 여기에 아이폰은 아이팟터치가 가진 MP3P, PMP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게임을 공짜나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젊은층에게 인식된다면 닌텐도DS, PSP, PMP, MP3P의 통합기기로서 아이폰의 인기가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 여성을 사로잡는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아이폰이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유용하다는 사실이 인식된다면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인기를 끌 것이다. 이 때문에 발매 초기에는 얼리아답터 위주로 판매가 되겠지만, 조금 후에는 젊은층과 여성층, 아이폰의 기능이 필요한 계층으로 시장이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_여성에게는 패션 아이템, 아이에게는 게임기, 운전자에게는 첨단 내비게이션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우리들병원'의 정지훈 연구소장이 쓴 '아이폰 태풍,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의 이유?[2]'에서 잘 분석하고 있다.

정지훈 소장은 기존의 IT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플레임에 갇혀 과거 스마트폰 시장을 기준으로 아이폰의 판매를 예상한 실수를 범했다고 말하면서, 젊은 여성이 아이폰 개통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에서 아이폰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의 패련 아이템으로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밴드왜건 효과에 의해 아이들과 주부들까지도 아이폰을 원하는 상황이 아이폰 열풍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올해 여름부터 아이폰이 휴대폰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 매장에 물건이 들어오자마자 매진되는 폭발적인 흥행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7월 8월 9월에 계속해서 아이폰 3GS 32GB 제품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인 IT 전문 언론사인 'ITmedia'는 아이폰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이유는 여성들이 드디어 아이폰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 일본에서는 여성잡지에 아이폰 특집이 여러 번 등장할 정도로 아이폰이 여성이 갖추어야 할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시 지역의 20~30대 여성들에게 아이폰은 휴대폰이 아닌 알파걸의 필수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단계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아이폰은 단순하게 휴대폰 시장의 흥행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아이폰용 게임 때문에 일본과 미국의 모바일게임 매출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유통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같은 게임일 경우 PSP나 닌텐도DS 게임의 5분의 1 가격에 팔리고 있다. 같은 게임을 더 고급 사양인 아이폰에서 더 싸게 즐길 수 있다면 누가 휴대용 게임기 게임을 구입하겠는가.

결국 모바일 게임 최대 플랫폼은 닌텐도DS에서 점차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일본 게임 개발사들은 최근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_감성적인 기기로서 아이폰이 소비되기 시작하다

아이폰은 2009년 3분기에만 740만 대를 판매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1년 치로 예상한 15만 대 이상의 초기 물량이 일주일도 되기 전에 다 소진되어 추가 수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전문가들은 아이폰의 실패를 예상했고, 작년에 일본에서 아이폰이 발매되었을 때도 실패를 예상했다. 이는 스마트폰으로서만 아이폰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폰은 미국은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폰이 한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가장 주된 이유는 아이폰이 스마트폰으로 받아들여져서가 아니다.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하고 블로그를 할 사람은 아직 국내에 소수다.

정보검색이나 증강현실 프로그램용으로 쓸 사람도 아직은 적다. 전화기능만 따지면 일반 휴대폰보다 불편하다.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으로 아이폰의 성공을 분석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에 '자동차내비게이션+PSP 수준의 게임기+아이팟 수준의 MP3P+멀티 터치 PMP+MID에 근접한 인터넷기기+패션 아이템으로서 디자인' 등이 결합된 휴대폰은 아이폰이 유일하다. 아니 '휴대폰+PSP 수준의 게임기'조차 현재까지는 아이폰이 유일하다.

이러한 풍부한 기능과 감성적 디자인이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이폰은 멋진 디자인과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법, 10만 개가 넘는 프로그램 등이 결합된 감성적인 기기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주1] http://www.dal.kr/blog/002263.html

[주2] http://health20.kr/1340

[주3] http://multiwriter.co.kr/633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