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기를 원하던 어비대왕에게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바리. 어비대왕의 일곱 번째 딸이었던 바리는 고된 운명을 타고난 여자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경을 헤매자 생명수가 있는 황천길로 떠나기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구전설화 '바리데기'는 김수형 희곡작가 겸 연출가의 심경을 불편하게 했다.

부당한 권력 앞에서마저 아름답고 모범적인 도리에 강요당하던 바리는 판소리 모노 드라마에서 여성의 시선으로 재창조되었다. "고대 설화 속에서 박제된 구습으로 떠내려가는 바리데기를 건져내" 억지스러움을 걷어내고 여성 스스로의 선택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1년간의 작업을 거쳐 완성된 작품은 여성의 용서와 치유의 관점에서 창작 판소리로 재해석됐다. 판소리의 원형과 같은 모노드라마라는 형식을 덧붙여 1인 판소리 무대에 순간순간 어울리는 음향을 넣어 극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다.

각색된 바리 설화에는 퓨전국악그룹 'The 林'의 멤버이자 작곡가인 신현정의 음악이 흐른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풀어내는 이는 소리꾼 조정희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12월 29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T. 02-367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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