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티토 스키파의 오페라 아리아집20세기 가장 완벽한 리릭 테너 19곡의 보석 같은 명곡 실려

"그의 노래와 발성방법은 아주 남다르며, 따뜻하고 달콤한 목소리, 부드럽고 서정적인 노래 투를 지니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외쳐대는 일이 없는 미성과 이를 데 없이 교묘한 표정이라야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노래이다. (중략) 그는 아리아이건 가곡이건 온갖 세미한 후레이즈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자기 영역으로 끌어들여 소화한다. 그 교묘함, 능란함, 경쾌함, 메짜 보체(mezza voce:여린 음으로 노래하는 것)와 피아니시모의 효과적인 사용법 등 다양한 기교가 거침없이 발휘된다."

<이 한 장의 명반>의 안동림 교수는 테너 티토 스키파(1889년~1965년)의 창법을 이같이 정리했다. 이 기품있고 세밀한 후기만큼이나 티토 스키파의 음색에서도 치밀함과 우아함이 흘러 넘친다. 다른 테너에 비해 오히려 음량은 작은 편이었고 맡은 역할이 폭넓지도 않았지만 그는 '전설의 테너'로 기록되어 있다.

지지직하는 노이즈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앨범은 '전설의 명가수' 티토 스키파가 부른 명곡을 리마스터링해 발매한 음반이다. EMI에서 기획 발매되는 안동림 교수의 <이 한 장의 역사적 명반>의 25번째 앨범으로, 19곡의 명곡이 실렸다. 1911년 <라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로 데뷔한 이후 1942년까지, 그의 전성기를 아우르는 레코딩 중에 보석만 골라냈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비롯해 마쓰네의 <베르테르>, 글루크의 <오르훼오와 에우리디체>, 도니제티의 <루치아>,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베르디의 <리골레토>, 퐁키엘리의 <라 죠콘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아리아 등이 수록되어 있다.

20세기 가장 완벽한 리릭 테너인 그는 서정적인 오페라 아리아뿐 아니라 이탈리아 가곡을 노래하는 데도 열성적이었다. 그가 즐겨 불렀던 스카를라티의 '내 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나는 괴로움에 가득 찼네', '이슬 머금은, 향기로운'등 세 곡도 담겨 있다.

청중에게 단지 노래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적으로 호소했던 티토 스키파. 자신의 목소리나 음악성에 맞지 않는 곡은 노래하기를 마다했으며 최대한 자신의 음악적 장점을 살려낼 수 있는 방식으로의 변주를 꾀했다. 음악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했던 그는 대중적으로도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다만 나치와 협력했다는 오점은 노년의 그를 괴롭히는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한 소구력을 갖는다. 노래 스타일은 비록 예스럽다 할지라도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감성과 따스함 앞에서는 그 시간도 무력해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