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너머 N, 문화사회아카데미, 한예종 자유예술캠프 등 눈길

수유너머 N 이진경 연구원의 철학세미나에 참여한 수강생들(사진제공=수유너머 N)
자기계발 위한 인문학 강좌, 스타강사 강연 3P

이윤주 기자

2010년 새해, 대개는 나름의 희망과 각오를 갖고 한 해를 시작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성공과 몸 관리가 다짐의 대부분으로 이를 직간접으로 뒷받침하면서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는데는 '자기계발'이 최선일 터다. 그에 걸맞는 내실있는 인문, 사회, 문학 강좌 등이 연초부터 눈길을 끈다. 철학아카데미, 민예총 특강 등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강연과 세미나 이외에도 최근 2-3년 사이 새로운 방식의 대중 인문 강연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

특히 정치, 사회, 철학 등 인문사회 주요 분야의 저자 혹은 역자들이 강연의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것이 2010년 강연들의 특징이다. 2010년 동계 강연 중 특색 있는 강연들을 소개한다.

작가와 함께 사회 공부를 - 수유너머 N

문화사회아카데미 동계 세미나(사진제공=문화사회아카데미)
'수유너머 N'은 대안지식공동체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서대문 지점'이다. 수유너머 N 조원광 연구원은 "남산에 위치한 수유+너머의 규모가 커지면서 강원, 구로 등 타 지역으로 연구원과 연구공간을 일정 부분 분리 이전하기로 하면서 지난 9월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내 집처럼 드나들며 공부하는 '연구원'은 15명 내외로 소박하지만, 강연과 세미나, 콜로키움 등 운영에서 남산 수유너머와 큰 차이가 없다.

이곳에서 1월 선보이는 강좌는 총 3개. 철학자 이진경 씨의 '대중의 흐름과 외부성의 정치학', 철학자 김경희 씨의 '장자의 사상 네 개의 키워드', 젊은 문학가들의 모임 '작가선의 6.9'의 '다른 세계로부터 배우기'다.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 <철학과 굴뚝청소부> 등 저서를 통해 알려진 철학자 이진경 씨는 5일부터 대중과 유물론을 키워드로 한국사회 정치 담론을 성찰한다.

철학자 이진경 씨의 강연이 서양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철학자 김경희 씨는 동양 사상 그 중에서 중국사상에 정통한 지식인이다. 김 씨는 이번 강연에서 변화, 마음, 거울, 죽음 등 4개의 키워드로 장자의 사상을 살펴본다.

시인, 소설가, 비평가 모임인 '작가선언 6.9' 소속 문인들은 시민강좌를 통해 대중을 만난다. 시인 김소연, 조원규, 김경인, 심보선 진은영 씨, 문학평론가 복도훈, 고봉준 씨 등 7명의 문인이 차례대로 이달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문학과 사회,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표1 참조)

2000년대 철학사 관통 - 문화사회아카데미

문화사회연구소의 아카데미 역시 인문, 사회과학 딜레탕트들에게 널리 알려진 알짜 강연. 이번 동계 아카데미는 크게 2개의 교양강좌로 구성된다. 신자본주의 체제를 맞아 새로워진 2000년대 문화연구 키워드를 정리하는 '새로 쓰는 문화연구의 키워드'와 2000년대 한국 지식인 사회의 바이블로 떠오른 철학자 8인의 이론을 정리하는 '우리시대의 지식인 읽기'가 그것.

6일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진행되는 '새로 쓰는 문화연구의 키워드'는 김성일, 권경우, 김성윤 씨 등 문화사회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참여한다.

12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진행되는 '우리 시대의 지식인 읽기' 강좌는 각 철학자들의 저서를 국내 번역한 교수들이 참여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항 고려대 교수, 조영일 문학평론가 등 이번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강사들은 조르조 아감벤과 가라타니 고진의 주요 저서를 번역한 역자들이다. (표2 참조)

다시 열리는 한예종 자유예술캠프

한예종 자유예술캠프, '황지우의 명작읽기'에 참여한 수강생과 황지우 시인(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제공=한예종)
지난 해 여름, 한예종 사태를 겪으며 출범한 한예종 자유예술캠프가 겨울 방학을 맞아 다시 문을 연다. '통섭, 상상력의 불꽃! No Consilience, No Creativity!'란 슬로건으로 이달 4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두 달간 6개의 강의, 10개의 세미나가 진행된다.

자유예술캠프 홍보팀 김보년 씨는 "한예종이란 키워드로 일반 시민과 통섭에 대해 고민하기 힘들었다. 겨울 자유예술캠프는 대안 대학의 형태로 교육 실험에 방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freeuniv.net)와 카페(cafe.naver.com/freeuniv)등으로 일반 시민들과 함께 기획했고 장소 역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을 중심으로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 정독 도서관, 문화연대 등 서울 각지에서 열기로 했다.

겨울 자유예술캠프에는 지난 여름 참여했던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과 김채현 한예종 무용원 교수를 비롯해 박상현 한예종 연극원 교수,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씨,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 등이 강연자로 나선다. (표3 참조)

이밖에도 <즉흥 춤 워크숍>(김나리 한예종 무용원), <스토리텔링-연기 워크숍>(김선애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 <사운드 제작 워크숍>(조용욱 미디어 아티스트) 등 6개의 워크숍이 정독 도서관과 문화연대에서 진행된다.

김소연 시인
인터뷰

수유너머 N의 동계 강연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작가들이 기획한 시민강좌다. 용산참사 1인 시위, 헌정집 발간 등 사회활동을 했던 젊은 작가들의 모임 '작가선언6.9'가 문학과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든 이 강연은 총 7회로 3월 초까지 이어진다. 첫 강사로 나서는 에게 기획의도와 강연에 대한 계획을 물어보았다.

- 시민강좌 기획 의도는?

"지난해 '작가선언 69'가 만들어지면서 용산참사 1인 시위, 헌정집 발간 등 활동을 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시민과 만나서 문학을 통해서 소통하는 방식의 하나로 토론문화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강연이 준비되어 있는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하면서 7개 커리큘럼이 만들어졌다. 작가들이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강연보다 토론을 유도하는 강연이 될 예정이다. 이번 시민강좌에는 문인들이 수강생으로도 함께 참여한다. 1차 7번의 강연이 끝난 후, 다음 강좌도 추가로 계획 중이라 작가들끼리 스터디를 위해 커리큘럼을 만들기로 했다."

- 개인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뭔가?

"지난 10년 간 지역운동, 구체적으로 일산에서 사설 어린이 도서관 운동을 해왔다. 유아들이 읽는 책은 최소의 언어가 담겨있으면서도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면에서 시(詩)와 비슷하다. 이런 특징을 시인을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시를 애용하는 독자들, 시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아동도서와 문학의 관계에 대해 강연을 해왔는데, 이번 강좌 취지에 동감하면서 참여하게 됐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기획실장
- 강연 수익금을 용산참사 유족기금으로 전달한다고 들었다.

"원래 그럴 계획이었는데, 강연을 듣는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게 더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때문에 강사료를 없애는 등 강연료를 최대한 낮춰 책정하고, 모금함을 만들어 모금 의사가 있는 수강생들이 직접 내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강연이 끝나고 모금액을 유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인터뷰

문화사회연구소는 시민운동단체 문화연대 부설 기관으로 출발해 현재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일반인 대상 아카데미 문을 연 지는 8년 남짓. 에게 2000년대 초반과 달라진 인문사회 강연 방식을 물어보았다.

- 문화사회연구소는 전문가 집단이다. 일반인 대상 아카데미를 연 계기가 있었나?

"문화연대 부설로 출발했고, 지금은 사단법인으로 문화정책 연구를 하는 전문연구소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문화연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아카데미는 처음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연구 관련 수업을 하다가 점차 시민강좌 형식으로 바뀌었다. 당시는 문화연구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생기던 시기였다."

- 8년 동안 대중을 대상으로 한 시민강좌를 해왔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강좌의 성격이 어떻게 변했나?

"2000년대 초반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사회 아카데미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수강생들의 외연이 넓었고 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았다. 인문사회 아카데미가 많아지면서 대학원생, 연구자, 일반 대중 등 타깃이 세분화됐다.

-문화사회연구소 아카데미는 보통 누가 듣나?

"대부분 강좌는 15명 내외의 소규모로 진행된다. 수강생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직장인, 대학교 학부생, 출판사 직원, 시민단체 직원 등이 많다."

- 수강생들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최근에 특별한 현상 중 하나는 직장인들이 인문 강좌를 일종의 '스펙'으로 삼아서 수료증을 달라고 문의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수강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교양의 일종으로 공부하지만, 일부는 외국어나 자격증처럼 인문공부도 자기계발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