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신데렐라>엔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없다.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 중 하나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전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데렐라 원작을 살짝 비틀었다. 무대에서 신데렐라는 착하게만 살다가 왕자를 만나 순식간에 운명이 바뀌는 수동적인 여인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마이요의 페미니즘적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은 신데렐라가 적막과 고독 속에서 따스한 추억을 반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자신을 기억 속에서 지운 듯한 아버지와의 단란했던 한때는 현재의 독이 되어 신데렐라를 괴롭힌다.

이 작품에서 마이요의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은 기존의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 구도에서 요정, 신데렐라, 왕자, 아버지, 계모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성해냈다는 점이다. 두 집사와 두 자매의 튀는 캐릭터 또한 재미있는 볼거리다.

신데렐라에게 유리구두를 신기는 장면을 맨발에 금가루를 묻히는 장면으로 대체한 상징적인 연출은 신데렐라의 순수성을 극대화시킨다. 조명을 이용한 무대 장치는 왕자의 무도회 초대장이 되기도 하고 돛으로 변신해 신데렐라를 찾아가는 왕자의 배가 되기도 하며 유머를 가미했다.

속이 비치는 소재를 사용해 무용수의 바디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낸 공연은 1막 45분, 2막과 3막이 각각 30분 동안 매혹적으로 그려진다. 1월 29일부터 1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T. 02-587-618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