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도 <아프리카 展>다큐멘터리 사진의 살아 있는 전설 30년 기록 중 100점 선보여

파가라우 방목 캠프의 딩카족, 남부 수단
어둠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은, 때때로 희망을 의미하지 않는다. 동굴 속에 모인 소년들에게 어둠은 오히려 안식,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찰나의 희망이다.

기독교계의 수단 남부와 북부의 이슬람계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아프리카 북동부의 수단. 5년 전의 평화협정으로 20년의 긴 내전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분쟁은 종식되지 않았다. 지난 한 해만 2천 명이 넘게 피살된 유혈의 땅. 20만 명 이상은 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난민들이다. 소년들은 내전 군인으로 차출되지 않기 위해 어둠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아이들은 지금도 살아있을까.

오랜 굶주림으로, 쌍둥이 아기를 품에 안은 젊은 여인의 몸은 노파가 되었다. 젖 한 방울 나올 것 같지않은, 주름진 젖가슴을 물고 있는 쌍둥이는 자라지도 못한 채 그만 늙어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삶을 버려두지 않았다. 난민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가장 근사한 옷을 꺼내 입은 얼굴엔 다시 생기가 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세바스티앙 살가도. 그의 앵글에 담긴 아프리카의 얼굴이다. 아프리카의 삶을 추적해온 그는 원래 브라질 태생의 경제학자였다. 살가도가 펜 대신 카메라를 택하게 된 건, 1971년 아프리카의 현장을 목격한 후부터. 중남미 일대 원주민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금광의 육체 노동자와 아프리카로 그의 시선이 옮아갔다.

자생적이고 원초적인 삶, 서구 열강의 등장으로 빚어진 부족간의 혈투, 급격한 사막화로 물을 찾아 다니는 유목생활은 흑백 사진으로 담겼다. 자극 없이 담담한 프레임은, 그들과 친구가 되어 오랜 시간 삶의 면면을 지켜본, 동정이 아닌 동료애가 묻어나는 작가의 시선이기도 하다. 2001년부터 유니세프의 특별 대표로 활동하면서 세계보건기구와 함께 아프리카 소아마비박멸 운동을 하는, 행동하는 예술가로서의 행보는 이런 시선의 실천적 확장이다.

웰비스 베이 남쪽에 펼쳐진 광대한 사막. 나미비아, 2005
60대 중반의 살가도는 여전히 아프리카를 담는 중이다. 2004년부터 시작한 10년의 장기 프로젝트(Genesis, 창세기)는 아프리카의 경이로운 생태환경에 주목했다. 침범 당하지 않은 아프리카 부족들의 고유 문화와 거대 자연. 그것은 작가가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지구의 '미래'다.

살가도가 지난 30여 년간 촬영해온 '아프리카'사진 중 100점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내달 28일까지 전시한다. 내전과 기아로 얼룩진 땅 혹은 사파리 관광지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대변되어온 아프리카. 그 집약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들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작가는 촉구하고 있다.


창구구 근교 농원에서 차잎 따기. 르완다, 1991
마타 차밭에서 일하는 아이. 르완다, 1991
게르촌의 전통적인 딩카족 가옥의 내부, 벽에 보이는 것은 소뿔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남부 수단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