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 속에 주로 보여지는 것은 키 작은 나무들이 이루는 작은 숲, 들풀과 들꽃들, 보리나 밀 같은 곡식들로 땅에 붙어살다시피 하는 이들과 시선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흙과 마주하게 된다.
부암동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환경은 작품 속에 오롯이 표출된다. 도심 속에서 농사짓는 동네인 만큼, 생명체가 약동하는 자연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는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리는 기법을 통해 흙의 질박함을 표현한다.
이는 새싹을 틔워 자라나는 작은 식물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강조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터전'으로서의 흙을 조명한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기법을 선호하는 기존 화단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작가의 작업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잊혀진 흙의 정서를 찾아내 메마른 현대인에게 향수와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작 20여 점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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