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음악선생> 등 숨은 보석들 선보여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작은 것은 담백하다. 작은 것엔 위트가 있다. 작은 것은 신선하다. 오페라에서 기름기를 뺀 듯한 소극장 오페라는 화려하진 않지만 이 같이 다양한 면면이 숨겨져 있다.

지난해 심심찮게 올려진 소극장 오페라는 오페라 무대에 불어온 신선한 바람이었다.

<나비부인>,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등 대형 오페라의 판에 박힌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소극장용 오페라로 관객을 맞았다. 국내 창작 오페라는 물론 소극장 오페라로 만들어진 모차르트와 도니제티의 초연작도 있었다.

소극장 오페라가 국내 무대에 들어온 역사가 짧지만은 않다. 맏형 격인 <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가 1999년 시작되어 올해로 12번째 무대의 막을 올린다. 지난해부터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으로 옮겨온 축제는 3월로 시기를 앞당겼다.

축제가 택한 2010년의 테마는 '바로크'. 개막작이자 바로크 오페라 걸작인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비롯해 퍼셀의 <여왕의 사랑(Dido and Aensas)>, 로르칭의 <오페라 속의 오페라(Die Operanprobe)>, 올해 탄생 300주년을 맞은 페르골레시의 세 편의 작품까지 숨은 보석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의 <음악 선생>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클래식 무대에 바로크 바람이 거셌지만 바로크 오페라는 규모가 작아 기존의 대형 무대에 올려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소극장 무대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공연인 것.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올리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경남오페라단 이후 3년 만이고, 리오네오페라단 & 시흥오페라단이 합작 공연하는 <오페라 속의 오페라>는 10년 만이다.

이들 공연 중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작품들은 현대 사회에 맞게 각색된 작품들이다.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오를 바탕으로 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서울의 지하철 플랫폼으로 옮겨왔다. 하루에 60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 역사에 홀연히 떨어진 하얀 면사포를 단초로 2010년의 사랑이 바로크 시대 글룩의 멜로디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축제 속의 축제라 할 만한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의 '페르골레시 축제'에는 <마님이 된 하녀(La Srva Padrons)>, <음악선생(Il Maestro di Musica)>, <리비에타&뜨라꼴로(Livietta e Tracollo)> 등 세 편이 선보인다. 특히 대표작으로 불리는 <마님이 된 하녀>는 초연 당시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음악 우열 논쟁에 불을 붙였던 문제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페르골레시가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와 프랑스의 희극적 음악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물인 만큼 그의 작품엔 희극적 요소들로 넘친다.

"코믹 오페라의 선구자입니다. 음악엔 시종일관 위트가 넘치죠. 26살에 요절했지만 13살 때부터 작곡해서 오페라만 40곡을 남겼어요. 아마 몇 년 더 살았으면 모차르트만큼의 유명세를 얻었을 겁니다." 축제를 기획한 김문식 한국 소극장 오페라 연합회 회장의 설명이다.

<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는 투명하고 고아한 바로크 오페라에 이어, 내년에는 현대 오페라 작곡가인 메노티 탄생 100주년을 맞아 현대 오페라로 축제를 꾸밀 예정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