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작가가 만나다> 전40주년 맞은 <샘터>, 표지화 40점 엄선… 수익금 전액 이웃돕기 기부

황주리 '그대안의 풍경'
책 표지는 내용을 함축해 전달할 뿐 아니라, 때론 그 자체가 보는 즐거움을 준다.

잡지의 경우, 표지의 디자인은 곧 잡지의 특징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가장자리에 붉은 띠를 두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디자인이 대표적인 예다.

잡지 표지는 시대적 현상이기도 하다. 당대 이슈를 담아내고 독자를 매혹시켜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기에 그 작은 면 안에 사회의 모습, 출판사의 전략, 대중의 욕망 등의 요소들이 얽혀 있다.

매주, 매달 서점의 잡지 코너에서 제각기 뽐내며 서로 겨루는 수많은 잡지 표지들은 우리 자신의 얼굴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지나간 잡지 표지들을 돌아보면, 시대의 흐름이 읽힌다. 숨가쁜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의 수많은 잡지들도 종종 얼굴을 붉히고 바꾸어 왔다.

박고석 '울산바위'
그러나 그 와중에 진득하게 얼굴을 지켜온 잡지가 있다. 1970년 창간해 올해 40주년을 맞은 교양월간지 <샘터>다. 우암 김재순 선생이 '평범한 사람들끼리 모여 가벼운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행복의 길을 찾아보자'는 뜻으로 만든 이 잡지는 그 내용에 걸맞게 따뜻하고 정갈한 톤의 한국 미술 작품들로 표지를 꾸려오고 있다.

표지화 중에는 월전, 운보, 산정, 남정, 일랑, 박고석, 장욱진, 김원, 황주리, 김병종, 이두식, 천경자 등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매달 나오는 <샘터>는 1호 크기의 작품을 실은 갤러리였던 셈이고, 그 궤적만 정리해도 한국미술사의 한 풍경이 될 정도다.

시류에 반응하는 데 급급하거나, 잡지 판매를 위해 자극을 주려 하지 않고 미술 작품으로서의 표지를 추구해 온 것은 <샘터>를 <샘터>답게 만든 고집이기도 하다. <샘터>의 표지화는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1년치 작품을 한 번에 정하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 외에는 어떤 사회 이슈나 분위기도 선정 기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12일부터 서울 대학로 샘터갤러리에서 열리는 <책과 작가가 만나다-샘터 40주년 기념전>에는 총 480여 점에 달하는 <샘터>의 표지 중 40점을 추려 전시한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꼽았다.

그중 <샘터>가 가장 사랑한 작가는 박고석과 김병종, 황주리 등. 이들의 작품은 각각 5~6번씩 <샘터>의 얼굴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8년 1월호에 실린 박고석의 <울산바위>, 2007년 9월호에 실린 김병종의 <오아시스 풍경>, 2008년 4월에 실린 황주리의 <그대 안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박선기 'Point of view' 08-09
이외에도 1983년 10월호였던 방혜자의 <대지의 빛>, 1985년 8월호였던 이두식의 <잔칫날>, 1992년 9월호였던 정찬경의 <포구>, 2006년 1월호였던 차대영의 등이 책에서 나와 관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샘터>의 편집 원칙을 새롭게 실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행복의 길을 찾는다는 잡지의 모토에 맞게 수익금 전액을 이웃돕기 사업에 기부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종호 디렉터는 "<샘터>의 표지는 일반인들이 서점과 가판대 등 길거리에서 화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됨으로써 사회의 문화적 소통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열린다. 02-3675-3737.


방혜자 '대지의 빛'
이두식 '잔칫날'
정찬경 '포구'
차대명 'CHAMOS'
김병종 '오아시스풍경'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