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작가가 만나다> 전40주년 맞은 <샘터>, 표지화 40점 엄선… 수익금 전액 이웃돕기 기부
잡지의 경우, 표지의 디자인은 곧 잡지의 특징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가장자리에 붉은 띠를 두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디자인이 대표적인 예다.
잡지 표지는 시대적 현상이기도 하다. 당대 이슈를 담아내고 독자를 매혹시켜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기에 그 작은 면 안에 사회의 모습, 출판사의 전략, 대중의 욕망 등의 요소들이 얽혀 있다.
매주, 매달 서점의 잡지 코너에서 제각기 뽐내며 서로 겨루는 수많은 잡지 표지들은 우리 자신의 얼굴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지나간 잡지 표지들을 돌아보면, 시대의 흐름이 읽힌다. 숨가쁜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의 수많은 잡지들도 종종 얼굴을 붉히고 바꾸어 왔다.
표지화 중에는 월전, 운보, 산정, 남정, 일랑, 박고석, 장욱진, 김원, 황주리, 김병종, 이두식, 천경자 등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매달 나오는 <샘터>는 1호 크기의 작품을 실은 갤러리였던 셈이고, 그 궤적만 정리해도 한국미술사의 한 풍경이 될 정도다.
시류에 반응하는 데 급급하거나, 잡지 판매를 위해 자극을 주려 하지 않고 미술 작품으로서의 표지를 추구해 온 것은 <샘터>를 <샘터>답게 만든 고집이기도 하다. <샘터>의 표지화는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1년치 작품을 한 번에 정하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 외에는 어떤 사회 이슈나 분위기도 선정 기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12일부터 서울 대학로 샘터갤러리에서 열리는 <책과 작가가 만나다-샘터 40주년 기념전>에는 총 480여 점에 달하는 <샘터>의 표지 중 40점을 추려 전시한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꼽았다.
그중 <샘터>가 가장 사랑한 작가는 박고석과 김병종, 황주리 등. 이들의 작품은 각각 5~6번씩 <샘터>의 얼굴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8년 1월호에 실린 박고석의 <울산바위>, 2007년 9월호에 실린 김병종의 <오아시스 풍경>, 2008년 4월에 실린 황주리의 <그대 안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샘터>의 편집 원칙을 새롭게 실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행복의 길을 찾는다는 잡지의 모토에 맞게 수익금 전액을 이웃돕기 사업에 기부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종호 디렉터는 "<샘터>의 표지는 일반인들이 서점과 가판대 등 길거리에서 화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됨으로써 사회의 문화적 소통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열린다. 02-3675-3737.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