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근대에서 길 찾기>展추사에서 박수근까지 이어진 한국미술의 정체성 발견
동양화가로 출발했지만 색채를 들여왔다는 이유로 일본화라 분류되기도 했고, 이후에는 아예 서양화가로 불리기도 했다.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음에도 정작 평단의 평가가 엇갈렸던 작가는 이제 '환상적 표현주의'작가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미술이 낯선 대중들에게도 상당한 인지도를 얻는 근대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어쩌면 천경자 화백은 운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국내의 많은 근대 작가들은 오히려 미술시장의 형성과 함께 돈의 가치로 성급하게 환산됐고 작품 세계에 대한 진중한 탐구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묻혀버렸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점철된 한국의 근대사 동시대에 호흡했던 문화까지도 역사 속 아픔 뒤로 묻어버렸다. 한동안 안갯속을 헤매던 한국 근대의 문화가 차츰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요즘이다. 음악, 미술, 건축 등 각 분야의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근대사를 정리하고 재평가하며 새롭게 근대 문화사를 돌아보고 있다.
"이 시기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는 미로(迷路)처럼 어지럽게 얽혀 있지만 근대회화를 알아감으로써 전통회화에서 현대회화로 이어진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채문정 큐레이터의 말이다.
<한국미술, 근대에서 길찾기 展>에는 70여 명 작가의 120여 점 작품이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근대로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19세기 후반 추사 김정희에서 20세기 초 박수근, 천경자에 이르는 시대까지 아우른다.
정확히 서구의 조형양식이 유입된 1910년부터 1945년 사이의 시기만 주목하던 기존의 근대 미술품 전시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를 통해 '미로(迷路) 같은 근대미술 속에서 미로(美路)를 찾고자'했다고 큐레이터는 설명한다.
전시는 총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문인화가 득세하는 19세기, 근대 이전의 전통회화가 전시된다. 특히 추사 김정희의 '부용초일'(芙容蓉日 '연꽃이 처음 핀 날'이라는 뜻)이 선뵈는데, 추사는 18세기 작가이지만 19세기 허련, 이하응 등의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나단 브롭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흥국생명 빌딩 1층 로비의 오픈 갤러리와 3층의 '일주&선화 갤러리'에서 오는 5월31일까지 전시된다. 문의: 02-2002-7777
선화예술문화재단은 '일주&선화 갤러리'를 구심점으로,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전시회 지원 및 유망작가 발굴, 일반인을 위한 미술교육, 문화예술관련 출판과 심포지엄 후원 등의 문화예술지원이 계획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충분한 재원확보를 위해 매년 계열사별로 일정금액을 추가 출연, 선화예술문화재단을 국내 최고수준의 문화예술지원 재단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태광그룹은 1990년에 설립한 일주학술문화재단을 통해 장학사업과 문화예술지원을 동시에 진행해왔으나 보다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선화예술문화재단을 추가로 설립했다. 이로써 장학사업과 학술지원은 일주학술문화재단이, 문화예술지원은 선화예술문화재단이 전적으로 맡게 된다. |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