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곶'의 예술감독 원일독창적 예술성… 네덜란드 공연서 기립박수, 파리서 전석 매진 이끌어

지난해 '들소리'가 국내 최초로 워멕스의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 초청되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면 올해는 '바람곶'이 반가운 릴레이의 첫 주인공이 되었다.

최근 네덜란드의 라사센터와 파리 상상축제에 정식 초청되었던 바람곶은 박수가 인색한 네덜란드에서 기립박수를, 파리 공연장의 전석 매진을 이끌어냈다.

수많은 문화계 유명인사들과 관객들은 한국에서 온 신비한 음악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박순아(리더, 가야금), 박우재(거문고), 이아람(대금), 박재록(시타르, 전자 음악), 원일(예술감독, 장구) 등의 멤버로 구성된 바람곶의 원일 감독을 만났다.

-전자 음악과 인도 악기를 도입했다거나 국악그룹이 아닌 '한국음악앙상블'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는 데서 유추해 보더라도 바람곶은 전통 음악의 재현에 한정되는 것 같지 않다.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통음악의 창조적 전승의 중요한 원리는 자아에 대한 분명한 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통원리에서 '호흡'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와 내가 호흡을 통해 교감하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한국과 인도 음악은 연주자가 창작의 중심이지만, 서양에서는 작곡가가 창작의 중심에 있다. 연주자 중심의 창작단체라는 설명적인 의미가 거기에 있다. 바람곶에서는 즉흥적 요소가 강조되는데 그것은 열린 음악적 태도가 없는 사람에게서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또 내가 사물놀이를 배웠던 고(故) 김용배 선생께서는 우리 장단이 실크로드를 거쳐 인도에서 들어왔음을 강조하곤 하셨다. 인도음악과 한국음악은 음악을 하는 방법과 형식이 매우 비슷하다. 바람곶은 인도음악과 우리 음악의 양식적 하이브리드화된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창작해갈 것이다.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 지속적으로 해외 무대에 서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우리 음악이 설 자리를 추천하고 소개해 줄 능력 있고 영향력 있는 국제적 음악프로모터를 만나는 일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연주력과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고 그 효과가 지속해 온 셈이지만 이제부터는 프로모터의 정보력과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연주자가 할 수 없는 영역에 다가서고 있다. 국제적인 발걸음의 행보가 이제 막 시작되는 느낌이다. 지금이 중요한 때라고 본다.

-바람곶의 구상 단계에서부터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가 있었나.

국제적인 수준의 음악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독창적 예술성을 갖추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음악에서 그 점은 매우 구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멤버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개개인의 성격, 인격, 음악성, 태도, 창의성 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국악의 세계화라는 명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바람곶은 무슨 연유로 세계무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건가.

음악예술가 자신의 소리를 들어줄 대상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본다. 그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는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엄격한 자기관리의 시간이다. 세계무대를 향한 도전이라기보다 세계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곶과 저의 음악은 세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심미적 일치를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바람곶의 음악에 담겨 있다. 따라서 세계의 많은 사람이 저희의 음악을 듣는 일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창조하는 일임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있다.

-올해 계획이 있다면..

LG아트센터 10주년 공연'조율'에 초청되어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차진엽 씨와 협연한다. 6월경에는 현재 작업 중인 신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바람곶의 두 번째 음악극 프로젝트인 <공무도하가>도 준비 중이다. 11월에는 학전블루와 공동 기획으로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