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랑 <불꽃-햇빛을 잡으려(Capturing Sunlight)> 展.고국서 35년 만에 첫 개인전, 자연과 삶의 이중성 전해

원미랑 <불꽃>,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중견화가 원미랑씨가 35년 만에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핀 <불꽃-햇빛을 잡으려(Capturing Sunlight)> 전이다.

작가는 종이나 캔버스 대신 반투명한 스테인리스 금속망(Stainless Steel Mesh)에 붓 대신 토치(Torch)를 사용해 꽃을 새겼다. '불꽃'이다.

작가는 꽃을 테마로 한데 대해 "꽃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장과 소멸을 겪지만 아름다움과 강한 에너지를 내재하고 있다"면서 "불꽃은 그런 꽃의 에너지와 생명을 영원히 간직하고픈 바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자연에서 보아 온 뜨거운 햇살과 에너지, 휘날리는 꽃바람,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은 유한한 인생에 담겨진, 그래서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기에 더욱 간직하고 남겨두려는 듯하다. 숙명적인 존재의 확실성과 순간성을 인정하면서도 '불꽃'으로 영원히 타오르고 싶은.

함께 전시중인 '떠도는 꽃잎시리즈'의 작품들은 뜨거운 햇살속의 한없는 에너지와 눈부시게 아름다우나 잡혀지지 않는 순간순간들을 표현하고 있어 <불꽃>전의 메시지를 심화시킨다.

이번 전시는 '불꽃'이 지닌 아름다움과 슬픔, 영구성과 순간성, 존재성과 사라짐의 이중적 함의가 다소 무거울 수 있으나 작가의 삶과 이전 작품 활동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밝고 관조적이다.

원미랑 작가는 1969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활동했고 소르본느 대학에서 미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강의를 하다 76년 미국에 정착해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살아가면서 아픔을 겪을 때 인생을 들여다보게 됐고 작품을 통해 상처를 치유했다"고 말한다.

작가는 오랜 기간, 돌을 주제로 드로잉과 페인팅, 설치작업을 하였고 몇 해 전부터는 나무를 차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돌과 나무는 일부 작가의 인생 만큼이나 무겁고 얽히고 설켜 보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불꽃>전에는 작가의 여유와 삶의 너그러움이 더욱 잘 읽힌다. 작가의 독특한 불꽃 향기는 3월 27일까지 이어진다. 02)720-578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