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 속으로'
아주 조용하고 세상과 분리된 깊은 심해에 들어가 자신을 다시금 떠올려 보고, 적막 속에서 자신이 남긴 흔적과 존재의 기억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볼 수 있는 전시.

최철 작가의 작품을 대면하면 깊은 바다 속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바다 속에는 존재했지만 가치가 소용되어 버린 기계부속품들이 등장한다.

캔버스에서 이 부속품들은 쓰레기가 아닌 또 다른 가치를 지닌 사물의 형상으로 재탄생 된다.

원래 사물이 갖고 있던 본질은 현 시점에서는 강조되지도 활용되지도 않는다. 캔버스 속에서 또 다른 역할을 부여 받고 새로운 존재로서 효용을 갖게 되었을 뿐이다.

'순환'은 작가의 작업 모티브. 캔버스에 사물을 올려놓고 그 사물을 기억하고자 기록한다. 물감의 뿌리는 과정 속에서 배경과 사물의 구분이 생기고 실제의 사물을 제거해도 캔버스에는 사물에 대한 흔적이 남게 된다.

그것은 기억이 되고 증거가 된다. 반면 캔버스의 이미지는 너무도 선명하게 다른 존재로서의 물질로 탄생되어 있다. 곧 이 과정 속에서 과거는 기억이 되고 지금의 이미지는 새롭게 다른 의미로 재탄생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존재의 소멸과 생성에 대한 순환론적 인식을 작업세계에서 표출하는 과정이다. 4월1일부터 4월25까지. 서정욱 갤러리. 02) 582-487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