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오페라 , 돈과 사랑 사이 현대여성들 공감대 형성

4월 말, 비슷한 시기에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 가는 두 편의 오페라가 막을 올린다.

전자가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라면, 후자는 푸치니의 <마농레스코>이다.

도니제티가 세상을 떠나고 10년 후에 태어난 푸치니. 두 명의 작곡가는 모두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를 썼지만, 그들이 선택한 비극적인 여주인공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광기에 휩싸이는 순정적인 여인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있다면, 사랑보다 현실의 셈이 앞서는 세속적인 여인은 <마농레스코>에 있다.

돈과 사랑을 다 쥐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서 갈팡질팡하는 마농. 조건 좋은 결혼을 원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자와의 연애를 놓을 수 없는, 적잖은 현대 여성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마농레스코>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미앙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명문가 아들 '데 그뤼'와 '마농'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마농의 늙은 후견인 '제론테'를 피해 파리로 사랑의 도피를 떠난 그들은 얼마 간은 꿈결 같은 생활을 한다. 하지만 호화로운 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마농은 '데 그뤼' 몰래 '제론테'의 애첩이 되어 원하는 금품을 얻어낸다.

그러면서도 '데 그뤼'와 밀회를 나누던 그녀는 결국 '제론테'에 들켜 추방되고 만다. 짧은 생의 마지막, 그녀의 곁을 지키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치명적인 매력을 타고났던 마농은 푸치니에게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주었다. 푸치니의 청년 시절 음악 세계가 담긴 작품으로,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로 절정에 이르는 서정적이고 매혹적인 음악이 발현되기 시작한 작품이다.

특히, <마농레스코> 2막에서, '데 그뤼'를 그리며 부르는 아리아 '부드러운 레이스 속에서(In guelle trine morbide)'는 리릭 소프라노 곡의 정수로 꼽힌다. 이 외에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인'(데 그뤼의 테너 아리아), 4막의 '홀로 남아 버려졌구나'(마농의 아리아) 등도 <마농레스코>에서 잘 알려진 아리아다.

18세기의 여성 '마농'은 서울시오페라단 제작으로 현대적인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다. "원작의 시대적 배경은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갈등은 '오늘'에 맞추어 설정한다"는 것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장수동 연출가의 설명이다.

무대 위에 '마농'을 재현하기 위해 김향란과 김은주, 그리고 신인 소프라노 박재연이 번갈아 출연한다. 특히, 소프라노 김향란은 지난 2000년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마농레스코>에 출연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오페라 <마농레스코>는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