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이야기'
사물과 현상을 자기 나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존재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가하려고 노력하는 황선태 작가의 개인전.

2005년 이후 작가가 심혈을 기울이면서 제작하고 있는 유리 작업 시리즈는 이러한 작가의 시각이 잘 반영된 노작(勞作)이다.

황선태의 작품은 책이라는 사물에 대한 관념을 전복시킨다.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유리로 전환하는 일은 사물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권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결국 사물이라는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각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념이 뒤바꿔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촉발시키는 촉매자가 되는 것이다.

그의 유리 작업은 그것이 책 자체가 됐든 아니면 사물의 이미지가 됐든지 간에 "사물이 단지 거기에 있음"을 암시한다. 알다시피 유리로 된 그의 책은 용도가 폐기된 하나의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관람객들을 이를 통해 그의 유리 책이 문명의 기나 긴 과정을 통해 문화사적 가치를 획득한 인류의 창안물이 아니라, 하나의 심미적 대상이거나 아니면 사물의 사물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존재에 대한 새로운 각도에서의 해명을 시도한 쾌거라고도 볼 수 있다. 4월 10일부터 5월 16일까지. 닥터박갤러리. 031) 775-56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