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시작 모스크바 필, BBC 심포니 등 뒤따라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러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2010년이다. 특히 내한 오케스트라의 포문이 열리는 4월 말부터 5월 사이엔 쟁쟁한 해외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해외 교향악단 내한공연의 시작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알리고 필하모니아, 모스크바 필하모닉, 등이 뒤를 잇는다.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협연자들이 자웅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면면이 화려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에 마음까지 흡족하다.

샤를 뒤투아가 초연한 <불새>를 다시 한번

110년의 유서 깊은 미국의 명문 교향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러쉬'의 첫 무대를 장식한다. 이번 공연은 샤를 뒤투아가 2008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맡은 이후 첫 내한이다. '예리하게 몰아치는' 지휘자 뒤투아가 조련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벨벳 사운드'의 호흡이 어떻게 어우러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이 포함된 레퍼토리엔 뒤투아가 즐겨 연주하는 베를리오즈와 라벨, 스트라빈스키도 넣었다. 4월 30일에서 연주되는 베를리오즈와 라벨의 곡은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색채감을 맛볼 수 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5월 1일엔 혁명적인 현대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명곡 '불새'와 '봄의 제전'으로 채워진다. 특히 '불새'는 1989년 뒤투아가 몬트리올 심포니를 이끌고 내한한 공연에서 국내 초연했던 곡이다. 첫날,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독일의 라이징 스타,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협연한다.

5년 만에 재개하는

손가락 부상으로 무대 위를 떠났던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가 돌아온다. 15년 만에 내한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현 음악감독 에사 페카 살로넨)와 함께다. 그녀는 5년 만의 복귀 무대이자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필하모니아를 택했다.

런던 심포니, 런던 필, 로열 필, BBC 심포니와 함께 런던의 5대 교향악단으로 군림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압도적인 스케일의 찬란한 브리티시 사운드는 정경화와 함께 현재 영국에서 학업과 활동을 이어가는 김선욱(피아노)을 협연자로 맞았다. 지휘봉은 견고한 앙상블을 중시하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잡는다.

지난해 필하모니아(아쉬케나지)와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바 있는 김선욱은 3일 공연에서 같은 곡을 연주하며 이전보다 깊어진 음색을 선보인다. 정경화는 4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지휘자 샤를 뒤투아
하루키 소설 <1Q84> 속 야나체크

한국도 예외는 아니지만 일본에서 7초에 한 권씩 팔렸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는 클래식 음반 순위까지도 바꾸어 놓았다. 체코의 작곡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소설의 도입부를 장식하면서 출간 1주일 만에 9천 장의 음반이 판매됐다고 한다. 하루키의 소설로 관심이 모아진 레오시 야나체크. 그의 사후 100주년을 기념해 1954년에 창단된 야나체크 오케스트라(테오도르 쿠차)에도 덩달아 관심이 집중된다.

처음 내한하는 야나체크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에서 '신포니에타'가 아닌 '라키안 댄스(Lachian Dances)'를 연주한다. 빠른 춤곡으로 국내 초연되는 작품이다. 체코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는 체코의 또 한 명의 간판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곡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첫 내한하는 혁신적 사운드

정격 연주의 거장이자, 시대를 넘나들면서 혁신적인 사운드를 주조하는 로저 노링턴. 그가 를 이끌고 첫 내한 한다. 정경연주 방식과 고악기를 활용하면서 낭만시대 음악까지 원전적인 해석을 접목하는 '혁신적인 해석자'. 끊임없이 클래식 음악계에 이슈와 화두를 던지는 로저 노링턴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그렇게 불린다. 개성 강한 음악 덕에,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지휘자이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이번 공연에서 그는 하이든, 브람스, 드보르자크를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안타깝게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말러와 베토벤은 이번 공연 레퍼토리에서 빠졌다. '쟈클린 뒤 프레 이후 가장 매력적인 현악 연주자'(뉴욕 타임즈)라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가 브람스 협주곡을 협연한다.

BBC 프롬스의 즐거움을 서울에서

매년 7월 중순과 9월 중순까지, 약 8주 동안 영국은 클래식 음악으로 '떠들썩'하다. 클래식 애호가들이라면 누구든 '머스트 고'축제로 꼽는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가 열리기 때문이다. 115년간 변함없이 영국인은 물론 관광객들까지도 흥분시켜온 BBC 프롬스는 산책을 의미하는 '프롬나드(Promenade)'와 '콘서트(Concerts)'의 합성어.

관객들이 산책을 하듯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다. 공원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의 마지막 공연인 'Proms in the Park'는 축제의 백미다. BBC 프롬스가 잠시 서울로 자리를 옮긴다. BBC 프롬스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지휘: 이리 벨로흘라베크)가 내한해 올림픽공원과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특히 15일 공연에선 'Proms in the Park'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야외무대에서 재현한다. 가족관객들을 위해 스메타나, 그리그, 드보르자크의 곡 중 흥겹고 친숙한 곡을 연주한다. 앙상블 디토의 피아니스트 지용이 야외무대에서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협연한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16일의 공연은 티페트, 시벨리우스, 브람스의 곡이 연주되며,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이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피아니스트 콘스탄틴 셰르바코프
라흐마니노프의 환생, 콘스탄틴 셰르바코프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표현은 아마 '세계 0대 오케스트라'일거다.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 5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연주가 시계같이 정확하다. 생동감이 넘치고 텍스처가 풍성하다. 현은 노래하고 목관의 음색은 밝게 빛난다"는 미국의 한 평론가의 평도 남아있다.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살아있는 라흐마니노프'라는 찬사를 듣는 피아니스트의 콘스탄틴 셰르바코프의 협연이다. 라흐마니노프 작품 중 진수라 할 수 있는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셰르바코프가 연주한다.

'검증된 두 거장', 파보 예르비와 백건우의 만남

클래식 음악에서 '록적인 사운드'를 가능케 한, 의 첫 내한공연이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성사됐다. 신시내티 심포니를 미국 '빅5'오케스트라로 올려놓고 2010/11 시즌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뜨겁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파보 예르비. 지난해 신시내티 심포니의 내한공연이 무산되면서 몰려온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

지휘자 파보 예르비
선명하고 강력한 사운드로 표현되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D장조가 기대를 모은다. 이번 내한의 협연자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파보 예르비가 파리에서 함께 연주했던 백건우에게 협연을 직접 요청했다. 최근 브람스에 집중하고 있는 백건우의 브람스 해석이 궁금증을 더하는 무대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