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작가는 그러한 공식을 뒤집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제 이미지가 바탕 자체가 된 것이다. 과거 김희옥의 작품이 표현해낸 다채로운 구름과 물결 속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아주 작은 인물들은 핵심인물이 되어 자신을 부각시킨다. 의도적으로 이들을 만화적인 형상으로 묘사하여 원시적이면서도 복잡한 인간관계의 실제 예를 보여준다.
포커스를 전환한 덕에 그는 인간의 경험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인간이 느끼는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다양성을 찬양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피부색, 표정, 신장, 인체의 형상에 경탄하는 만큼, 이 각양각색의 생김새와 감정, 믿음의 근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여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거리가 머릿속을 맴도는 가운데 제각기 다른 이유로 도시 공간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