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있다 I am fine'
자신의 일상을 그리는 작가 최석운의 개인전. 세상에 존재한 이후 단 한 번도 조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어둡고 평범하고 진부한 것들조차 그의 세상을 지탱하는 굳건한 요소로 살아난다.

항아리에 올라가 있는 돼지들은 사랑스러움으로 충분히 존재증명을 하고 있다. 돼지가 사람을 '당신 그러는 거 아냐'라는 식으로 바라본다든지, 개가 '그대들 인간이여, 생각은 좀 하고 사시오?' 하는 식으로 바라본다.

'돼지가 나를 본다'의 돼지는 또 어떤가. 전시회에 온 사람들은 저금통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 돼지는 코 묻은 동전 따위에는 전혀 연연하지 않는, 인간을 관찰하는 '인간적인, 인간화된' 돼지이다.

또한 작가는 소소하고 하찮을 뿐만 아니라 어둡기까지 한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다. 하찮은 일상 속에서 애처럽고 처량한 서민의 일상을 절묘한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혐오스러움이 즐거움으로, 그리고 악몽과 괴로움이 해학으로 변모하는 지점을 찾아내어 우리가 흔히들 언급하는 블랙 코메디, 풍자와 같은 단어들로 이끌어낸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의 회화를 보면서 환하게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저려오거나 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고단한 현실에 대한 반추이기도 하다. 4월15일부터 5월21일까지. 갤러리 로얄. 02) 514-124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