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동양화 작가 오관진은 도자기를 그린다. 그는 막사발, 달항아리, 분청사기와 같이 솔직하고 덤덤한 우리 땅의 정서가 배어 있는 도자기들을 주제로 한다.

그는 자신을 태워 만들어진 도자기의 뿜어내는 생명력에 귀를 기울여 도자기 자체의 질감과 아름다움을 사진을 재현한 듯 묘사한다.

그의 작품은 균형이 빗나간 달항아리, 불길이 스쳐지나간 막사발의 검은 흔적, 흙이 자신의 본선을 다한 숙명적인 대항의 결과인 균열까지 극사실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 속에서 매화가 자라나고 체리가 뒹구는 화면 밖의 초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형태의 테두리를 먹 선 대신 날카로운 칼로 선 맛을 살려 더욱 간결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도예기법 중 하나인 상감기법을 차용하여 관객들에게 입체적으로 극명한 느낌을 전달한다. '비우기' '채우기' 그리고 그 이후의 만남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회화영역으로 확장되어 새로운 달항아리가 탄생한다.

사실적 표현과 함께 명암법을 도입하여 기존 한국화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삶에 대한 깊이를 통찰하는 명상이 한층 강화된 오관진의 신작 20여 점이 장은선갤러리에서 5월 26일에서 6월 12일까지.선보인다. 02)730-35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