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유럽 영화 <블라인드>가 원작으로, 지난해 초겨울 천동희 연출의 지휘 아래 연극무대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앞을 보지 못하는 한 남자와 흉터로 뒤덮인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겨울의 이미지로 담아내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고용된 마리.

손끝으로 세상을 보는 루벤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녀는 온 몸이 상처로 뒤덮여 자기 자신을 남에게 보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여인이다.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는 그들의 만남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으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그 순수함을 보게 되며, 그들의 투명하고도 새하얀 순수한 사랑을 통해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동화 속 순수를 경험하게 한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작품 속 텍스트로 인용하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박힌 '악마의 거울조각'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지배당하며 진정으로 보야야 할 것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으로 보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일깨워 준다. 5월 13일부터 6월 6일까지. 세우아트센터. 02)782-1712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