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2009년의 시작을 알리는 죽음의 행렬 맨 앞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들"의 죽음이 있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동 4가 남일당 건물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불길 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들은 원주민이었다. 대한민국 용산동 4가의 원주민.

이 작품은 지금처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2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불타던 남일당 건물은 20년 뒤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 자리를 지키려던 철거민들, 그리고 그들을 내쫓고만 경찰들과 용역들, 그리고 대한민국을 분할해서 소유하고 있는 그 땅덩어리의 주인들. 타인의 고통 앞에서 무기력했던 우리 모두는 20년 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작품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원주민 한 사람을 불러온다. 미국의 기병대에 최후까지 맞서 '성난 말(Crazy Horse)'라고 불리었던 인디언 수우족의 영웅 타슈카 위트코. 그가 깨어나 21세기 '대한민국 원주민'들을 들여다본다.

그는 아메리칸 대륙을 잃고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 나가 격리되어 살고 있는 인디언들의 운명이,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뉴타운의 꿈'에 희생되어 토건개발주의자들에게 쫓겨난 '대한민국 원주민'들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5월25일부터 6월6일까지. 혜화동 1번지. 02) 3673-558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