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좌파 척결 바람에 스러질 뻔한 미디액트, 인디스페이스 재도약

미디액트
산업을 거부하고 문화를 지향했다. 종속을 거부하고 독립을 지향했다. 그래서 그들은 '빨간 딱지'가 붙었고, 얼마 안 되는 것마저 모두 빼앗긴 채 터전에서 쫓겨났다.

머물 곳을 잃은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록 무지원과 온라인 공간 등 형편은 더 안 좋아졌지만 이들은 어디에선가 여전히 생명을 잇고 있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좌파 척결 바람에 휘말려 스러질 뻔했던 와 인디스페이스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한 번도 순탄하고 넉넉했던 적 없는 독립영화계지만 지금의 시련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겹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다시 새롭고 낯선 영화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광화문 시대 접고 상암동 시대 연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자리잡고 있었던 '독립영화인들의 사랑방' 는 이제 광화문에 없다. 올해 초 영진위의 미디어센터 운영 주체에서 탈락하고 대신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새 운영자로 선정되면서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했던 것.

지난 14일에 재개관 행사가 열린 마포구 상암동 사무실은 의 새로운 거처가 됐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운영 주체들의 각오도 새롭다. 이상훈 이사장은 재개관일 "가 처음 생겼을 때처럼 기대와 희망을 갖고 제2의 를 시작하자"고 독려했다. 김명준 소장 역시 "다양한 경계를 넘는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센터를 만들겠다"고 의연한 포부를 밝혔다.

상암 시대를 맞기까지 4개월 여의 기간 동안 는 ' 3.0'이라는 새로운 사업 계획을 준비해왔다. 이용자층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를 기반으로 미디어 융합 상황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또 미디어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법적 주체와 운영 주체를 일원화하기도 했다. 재개관의 슬로건인 'Re:Born '도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변혁의 실현은 결코 만만치 않다. 새 공간에서 최소한의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는 데 이미 3억 가량의 초기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매달 약 2000만 원의 관리비가 소요된다. 이 정도의 예산은 광화문 시절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비용이지만, 지원이 끊긴 지금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측은 "다양한 사업을 확장해가며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며 관계자들의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

온라인 농민가 페이지
인터넷 독립공간에서 되살아난 인디스페이스

한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역시 재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운영을 중단했던 인디스페이스는 온라인에서 관객과 다시 만난다. 국내 최초 독립영화 전용 온라인 개봉관이 될 '인디스페이스ON(indieplug.net/onlineplex)'이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에서 27일 문을 여는 것.

인디스페이스의 부재의 후유증은 불과 5개월 만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개봉한 <원나잇 스탠드>의 경우 대중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13개 극장, 서울은 불과 5개 극장에서만 상영되고 있다.

<원나잇 스탠드>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은 "전용관이 있을 때는 안정적인 상영 공간이 있어서 관객들이 쉽게 찾았지만, 지금은 어디에서 봐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침체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개봉관인 인디스페이스ON의 존재는 개봉이 어려웠던 독립영화들의 대안적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했던 원승환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소장은 "현재 새로운 오프라인 독립영화전용관 설립도 추진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온라인 개봉이라는 실험은 의미 있다"고 말하며, "인디스페이스ON이 단순한 온라인 상영관이 아니라 독립영화 상영의 새로운 모델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온라인 영화관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써 그동안 개봉되지 못했던 독립 장단편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은 온라인을 통해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관객과 쉽게 만나게 됐다. 또 온라인 개봉관은 독립영화에 불친절했던 기존의 극장 배급 방식과 다른 다양한 방식들이 실험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출발하는 인디스페이스ON의 첫 포문은 제6회 환경영화제 수상작인 <농민가>다. 김지희 인디플러그 온라인사업부 이사는 "인디스페이스의 뜻을 계승해 가치 있는 독립영화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