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도심 속 축제 한계… 다시 섬으로 가서, 밤샘 난장 만들어보고 싶어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지난해 원치 않은 행사장 이전은 오히려 춘천마임축제에 신화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행사도 심상치 않은 사회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게 됐지만, 유진규 예술감독은 그동안 선거와 월드컵 등 언제나 큰 고비들을 넘으며 꿋꿋이 축제를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새로운 장소에서 '진짜 축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춘천마임축제는 어떻게 진화할까. 항상 한국마임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에게서 그 전망을 들어봤다.

축제 전부터 지금까지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몇 해 전엔 월드컵, 지난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맞물리는 등 언제나 시기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지금은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해 이런 분위기에서 (불꽃, 물꽃을) 터트려도 되는 건지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결국엔 계획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늘 하던 행사를 치르는 게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도 있고. 오히려 우리 사회가 불확실한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당하게 마음껏 터트릴 것이다.

20년이 넘어서인지 시민들이 축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역 속에 완전히 정착됐다고 봐도 좋을까.

'보는 축제'에서 '함께하는 축제'의 단계로 넘어서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함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옛날에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 고민하는 '대동제'라는 게 있었는데, 이걸 현대 한국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켜야 진정한 축제로서의 의미를 찾을 것이다. 한민족의 심성 속에 있는 축제정신, 공동체의식을 되살리는 것이다.

지난해가 축제장소를 옮긴 첫 해로 관심을 모았다면 올해는 새 장소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중반을 지난 지금 이번 행사를 자평한다면.

우선 개막난장인 '아!水라장'은 '물 맞기' 자체를 즐기는 층이 늘어나고 있는 점에서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만족한다. 반면 극장공연은 유료관객이 기대에 못 미쳐 아쉽다. 장소의 특성을 감안해 작품을 배치하고 기획력 부족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춘천마임축제는 초기의 마임축제에서 현대공연예술축제로 계속해서 확장하며 진화해왔다. 앞으로의 축제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갈 것 같은가.

'공연'과 '축제'라는 이 두 축은 앞으로도 춘천마임축제의 근본 뼈대가 될 것이다. 고슴도치섬에서 옮기면서 축제에 신화성이 더해진 것은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공연과 축제의 두 축에 '거주형 축제'라는 형식을 더해 밤샘난장을 만들어보고 싶다. 텐트에서 야영하면서 본격적으로 놀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도심 속의 축제'는 역시 여러 가지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느낀 거지만 현재의 공간에는 미래가 아니라 한계만 보인다. 우리에겐 역시 독립된 공간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섬으로 가야 한다. 빠르면 아마 내년부터 가능할 듯하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