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자료관 연낙재, 최승희 무용발표 포스터 등 희귀자료 전시

1941년 11월 28~30일 도쿄 다카라츠카극장에서 열린 최승희 신작무용공연 팸플릿
1930년대 말 미국, 유럽 순회공연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무용가 최승희는 1941년 11월 28~30일, 도쿄 다카라츠카극장에서 공연을 갖고 한국적 전통을 현대화한 작품과 중국· 일본의 고전 및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 등을 선보였다.

이 공연은 '아시아적 근대의 창출'을 모색하려한 최승희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으로 한국무용사에 유의미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최승희와 함께 한국 신무용을 개척한 조택원은 1949년 2월 10일 한국인 최초로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한국의 봄-춤과 노래'라는 타이틀로 초청공연을 하였다.

조택원은 세계 현대무용사의 거장 루스 세인트 데니스의 전폭적인 후원에 힘입어 미국 전역을 순회공연했으며,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국춤 특강을 실시하기도 했다.

100년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무용사에 기록된, 그러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는 시공간의 제한 속에서 이뤄지는 무용(춤)이 일회성의 예술로 기록의 부재성을 갖는데다 그동안 예술 장르 중 변방으로 치부되온 낙후한 사회 인식 때문이다.

1949년 2월 10일 조택원의 미국자연사박물관 초청공연 팸플릿
그러한 한국춤이 모처럼 자신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를 통해 대중들에게 100년의 생명력을 전한다. 6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IACE 2010) 중 "자료로 보는 한국춤 100년-예술춤의 탄생과 진화"라는 전시를 통해서다.

춤자료관 연낙재(硏駱齎)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역사적, 기록적 가치가 풍부한 춤 관련 포스터, 팸플릿, 공연사진, 기념비적인 공연자료 및 희귀자료 등을 통해 근현대 한국춤의 역사적 흐름을 폭넓게 조망한다.

전시는 한국춤 100년사를 세 시기로 나눠 보여준다. 1기는 1900~1945년 신무용이 탄생한 시기. 1926년 3월 경성공회당에서 개최된 이시이 바쿠의 서양 현대무용 공연 이후 최승희, 조택원이 그에게 춤을 배우고 서구 유학을 통해서 신무용이라는 새로운 춤사조가 등장했다.

전시에는 1941년 도쿄에서 열린 최승희 무용발표회 포스터, 1937년 최승희가 파리로 유학을 떠나기 전 부민관에서 연 공연 팸플릿 등이 나온다. 1933년 한국 최초로 작곡된 무용음악 악보인 조택원의 '가사호접' 과 1927년 최승희, 조택원의 일본 이시이 바쿠 무용연구소 유학시절 사진도 처음 공개한다.

2기는 1945~1976년 해방 후 한국춤이 본격적인 극장 예술로 발돋움하던 시기로 서양의 발레가 이 땅에 정착했고 한국무용단, 국립무용단이 창단돼 송범, 임성남, 김백봉, 강선영 등이 활동할 때다.

1927년경 최승희 조택원의 일본 이시이바쿠(石井漠) 무용연구소 유학시절 사진
한국 최초의 직업발레단인 서울발레단의 1949년 창작발레 <꿩>의 공연팸플릿 등이 처음 공개되며, 조택원이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인도 등지에서 세르주 리파 등 세계무용의 거장들과 함께 공연한 사진, 1952년 도쿄 히비야공회당 공연 팸플릿 등도 나온다.

3기는 197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창작춤의 진화를 보여준다. 88올림픽을 계기로 해외 무용 교류가 활성화되고,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다양한 창작이 시도되고 독립안무가 세대가 나타난 시기다. 1976년 <춤>지의 창간으로 무용비평이 독자영역을 확립하면서 창작과 비평이 활성화돼 춤 르네상스기를 이끌었다.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의 초기 공연 자료와 전위무용가 홍신자씨의 공연사진 등을 전시한다.

이밖에 최승희, 조택원 등 무용가들의 육필 원고와 송범, 김백봉 등 신무용 2세대들의 자필 이력서, 무용가들의 자서전과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저서 및 학술지를 선보인다. 희소적 자료가 담긴 한국춤의 선구자 최승희, 조택원, 한성준 등의 영상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

연낙재 관장인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춤평론가회장)는 "그동안 예술 장르에서 춤에 대한 사회인식이 부족했는데 이번 전시가 춤을 새롭게 인식하고 춤 자료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재인식해 현 무용계를 진단하고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낙재는 2006년 3월 서울 대학로에 개관한 국내 최초, 유일의 춤 전문 자료관으로 월간 <춤>지 발행인인 조동화 원로 무용평론가가 평생 수집한 근현대 무용자료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1933년 한국 최초로 작곡된 무용음악 악보인 가사호접
춤 자료의 수집, 보존, 전시 및 이론적, 학술적 연구를 통해 춤의 자원화, 역사화를 추구한다. 개관 이후 무용자료전을 비롯해 학술세미나와 포럼, 인문강좌, 스터디 모임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무용 관련 단행본을 출간했다. 02)741-2808


1933년 조택원의 '만종'
최승희 '보살춤' 사진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