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닭14'
성태훈이 만들어가는 예술은 더 이상 현실을 재현하는 손기술이 아니며, 미적 언어유희들을 담아두는 그릇도 아니며, 과도한 감정이나 감상, 혹은 현실도피의 차원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세계와 대면한다. 자신이 속한 세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이상세계를 공존시키며 자신의 예술 공간을 펼쳐내고 있다.

세계 안에서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성찰의 지점을 마련해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닭과 매화의 형상으로 개인적 감성과 시대정신을 매개하며, 기술매체와 물질문명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선을 던지는 예술가와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은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을 철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강제된 불안에 맞서 강건하고 꼿꼿한 매화로, 자신을 억압했던 불안을 전투기로, 현대사회에서 꿈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 의지를 상실해가는 자신을 날고 있는 닭으로 풍자함으로써 미래의 꿈과 희망을 향한 강한 비상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서정적인 풍경을 풍자와 해학으로 경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 성태훈의 개성적이고 세련된 동양회화의 고유한 매력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다. 6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갤러리 팔레 드 서울. 02) 730-770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