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논리에 침식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 블랙 코미디.

'킬러가 고액 연봉의 직업이면 이 또한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을까?'란 설정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람도 죽일 수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에까지 닿게 된다. 죽일 수 있는 자와 죽일 수 없는 자, 그리고 죽일 수 있다고 믿었던 자. 당신은 어느 쪽의 사람인가?

우리 시대에 직업이라는 것은 더 이상 자아실현, 성취 같은 단어와는 점차 멀어지고 얼마나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지, 자신을 얼마나 더 넓은 집으로, 얼마나 더 빨리 달리는 자동차로 이끌어 줄 수 있는지 가늠하는 단순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그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명제와 가치관이 되어 버린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고자 했다. '킬러'라는 어쩌면 다소 진부한 소재를 취함으로써 인간의 생명과 돈, 즉, 한 사람의 목숨은 과연 얼마의 가치를 갖고 있는가를 역으로 생각해봤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끊는 데는 과연 얼마의 비용이 필요할까? '그러한 일을 함으로써 어마어마한 거금을 얻을 수 있다면, 국가의 묵인 하에 '킬러'라는 직업이 성행하고 있다면 과연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6월9일부터 6월27일까지. 선돌극장. 02) 747-322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