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아티스트의 앱 출시, 비전공자의 악기 연주 눈에 띄어

최근 아이폰 앱을 출시한 앙상블 디토
'아~ 이 음악이 뭐였지?' 아이폰의 등장 이전이라면 이 같은 궁금증의 해소 방법은 세 가지 정도였다. 주변인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아니면 끝까지 기억을 더듬어보거나.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해소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 유저들은 이제 허밍만으로도 음악을 찾아주는 '사운드 하운드(sound hound)'나 '샤잠(shazam)'을 이용한다. 사운드 하운드는 유튜브만, 샤잠은 유튜브와 아마존 mp3를 동시에 데이터 베이스로 삼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랄까.

하지만 사운드 하운드는 허밍만으로도 음악을 잘 찾아낸다는 평가다. 이들은 음악을 찾아줌과 동시에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바로 보여준다. 가수의 바이오그라피와 노래 가사, 앨범은 덤이다.

아이폰 속으로 음악이 들어오면서 생겨난 변화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만 최근에는 클래식 아티스트의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출시되는가 하면 비전공자들도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손안에 들어온 아이돌과 아티스트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이폰 앱을 출시한 소녀시대
손으로 들어온 아이돌 혹은 아티스트. 국내에서 그 시작은 '소녀시대'였다. 해외에서도 뮤지션의 앱 출시는 드문 경우지만 `소녀시대'의 앨범은 비교적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 3월, 2집 리패키지 앨범을 무료 버전과 7.99달러의 유료 버전으로 전 세계 79개국에 공개해 한 달간 약 30만여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효리 역시 4월에 발표한 4집 앨범을 아이폰 앱을 통해 앨범 전곡과 이미지, 뮤직비디오 등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아직 대세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아이폰 앱이 뮤지션의 새로운 소통 창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클래식 음악 쪽에선 '클래식계 아이돌'이라 불리는 앙상블 디토가 이 흐름을 발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최근 무료 버전으로 출시된 앙상블 디토 앱은 리처드 용재 오닐(리더, 비올리스트)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피아니스트 지용,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바이올리니스트 사토 ?스케 등 멤버들의 프로필, 사진, 콘서트 소식 등이 들어있다.

뉴욕에서 촬영한 미공개 사진과 뮤직 비디오와 음원, 그리고 온라인에서만 받아볼 수 있었던 디토의 최신 뉴스 디토 타임즈도 삽입되어 있다. 여기에 팬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앙상블 디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연동해 실시간으로 멤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이전보다 한층 가까워진 소통 창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계에서 이런 흐름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고 크레디아의 이소정 홍보과장은 설명했다.

런던 필하모닉 앱을 통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개인 연주자의 앱을 찾기는 어려워도 런던 필하모닉과 로열콘서트헤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교향악단을 중심으로 앱은 점차 증가세다. 앱을 통해 콘서트 일정을 확인하고, 바로 티켓과 음반도 구입할 수 있다. 로열콘서트헤보의 경우 앱 속의 라디오를 통해 공연실황을 들을 수도 있다. 손안으로 들어온 오케스트라로, 유럽에서의 공연이 안방까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연주가 곧 놀이

처음 아이폰을 사고 가장 먼저 내려 받는 악기 앱은 Smule에서 나온 '오카리나'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찾아보면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하프 그리고 가야금에 이르기까지 악기 앱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돈으로 1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악기를 아이폰으로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실제 악기를 한 번도 연주해 보지 않았던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악기 연주가 곧 놀이가 되는 아이폰에는 한 가지 악기만 연주하는 것 말고도 혼자서 밴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나, 자신이 녹음한 음원을 유저들끼리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앱 어드바이스(www.appadvice.com), 베스트 앱 에버(www.bestappever.com)와 같이 미국의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전문 사이트에서 매년 부문별 최고의 앱을 선정하고 있다. 아래 소개하는 앱은 수상을 했거나 후보에 올랐던 프로그램들이다. 그만큼 유저들의 호응이 좋았던 앱인 것.

'I am T-pain' 앱을 보여주는 랩퍼 티페인
'I am T-pain'은 미국 힙합씬에서 오토튠(기계음)의 효과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잘 사용하는 랩퍼 티페인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이다. 이 앱을 이용해 노래를 하면 마이크로 들어간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오토튠 효과를 가진 음성으로 나오게 된다. 오카리나 앱처럼 세계 곳곳에서 이 앱을 사용하는 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The Band'라는 앱으로는 혼자서 어렵지 않게 밴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2008년 애플의 CEO스티브 잡스가 전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아이폰으로 시연한 앱으로도 유명하다. 2008년 'The Band'는 뮤직 앱 중 상위 10위 안에 랭크 되었고 최고의 뮤직 앱 중 하나로 여러 차례 거론되기도 했다. 'The band'로는 드럼, 피아노, 베이스 기타, 블루스 기타를 비롯한 여러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계속 덧씌우기를 하면서 밴드 음악을 완성할 수 있는데, 관중들의 함성도 옵션으로 넣어둔 개발자의 유머러스함도 누릴 수 있다.

인기 앱 중 하나인 'bloom'은 스크린에 손가락을 대는 것으로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 초간단 악기다. 'The band'가 어느 정도의 버튼 조작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한다면, 'bloom'은 손가락으로 아이폰 스크린의 아무 곳이나 몇 차례 터치하는 것으로 명상음악을 완성할 수 있다. 멜로디가 맘에 들지 않을 땐 아이폰을 흔들어 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할 때, 혹은 잠을 잘 때도 좋은 자장가가 되어줄 것 같은 고요하고 맑은 음악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RJDJ'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직접 아이폰으로 녹음한 음악을 유저들끼리 들어보고 평가할 수 있는 앱이다. 위치까지 공유할 수 있어, 잘만 이용하면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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