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Ground #08-02'
2006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정명조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는 왕후의 적의와 활옷 등을 정교하게 재현한 대작을 포함, 궁궐의 여인, 양반집 규수, 기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20 여 점의 신작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선비문화의 전통을 떠올리는 흰 캔버스의 여백과 붓글씨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모습이 새롭게 선보인다.

이 서체는 추사 김정희, 퇴계 이황 등 옛 선현의 것으로, 작품의 맥락 안에서 가독성을 지니기보다는 유교 전통 아래 남성 문화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

기존 작품에서 작가는 화려한 전통 의상과 어두운 배경을 병치시켜 외형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내면의 고통과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의 이중적 공간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신작에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 문화가 팽배한 현대 사회 속에서도 당당히 빛나는 여성의 존재를 그려내고자 하였다.

이로써 잊혀져 가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동시에 뒷모습의 자태로 은근하게 표현된 여인의 내면을 탐구했던 작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위상, 독립적이고 강인한 주체적 여성상을 암시함으로써 작품에 시각적, 내용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 6월 11일부터 7월 4일까지. 가나아트센터. 02) 720-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