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꾸어진 정원의 꽃이 아닌,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꽃처럼 끊임 없이 자기존재를 찾아 떠다니는 세 자매 혹은 다섯 자매에 관한 이야기.

경주의 나자레원은 보통의 노인시설과는 달리 '일본인 부인'이라 불리는, 여든을 넘긴 할머니들이 살고 있다. 전쟁 전이나 전쟁 중에 조선인 남자와 결혼해 한반도에서 살아온 일본인 여성들이다.

그 경위는 모두 다르지만,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패전, 그리고 한국전쟁과 여러 가지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족을 잃거나 일본에서도 의지할 곳 없이 떠돌게 된, 그래서 운 좋게 겨우 다다른 그런 장소다.

공연은 나자레원의 할머니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그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들이 삶과 닮아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마음대로 취급하는 국가와 법, 보이지 않는 권력의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할머니들의 여로. 그리고 20년 후, 거기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사실. 나자레원 그 자체가 사라져 간다는 것. 7월 2일부터 7월 11일까지. 연우무대소극장. 02) 922-745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