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해외 초청작 없이 국내 작품 집중지원… 상영수입 배분제 도입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감독이라는 사실도 정답이지만, 더 구체적인 교집합은 '미쟝센 단편영화제' 출신의 감독들이라는 점이다.
단편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스타 감독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지향하는 영화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단편영화제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편영화처럼 장르 개념을 도입한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단편영화=난해하고 실험적인 영화'라는 도식을 깨는 작업을 계속해 왔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왔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만으로 관객들은 영화제의 노력에 부응하고 있다.
6월 24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개막한 제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프로그램 역시 더 많은 관객에 어필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였다. '장르의 상상력展'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702편의 응모작 중 국내 경쟁부문 본선에 오른 61편의 작품과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18편 등 모두 7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처음에 이 경쟁부문 이름들을 지은 것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중심인 스타감독들이다. 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의 섹션 명칭을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에서 빌려온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멜로드라마의 섹션 명칭으로 정한 이는 허진호 감독과 김대승 감독이다. 코미디 섹션의 명칭을 주성치의 <희극지왕>에서 따온 이는 봉준호 감독이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빌려온 영화의 성격도 비슷한 것이 흥미롭다.
새롭게 작명한 '절대악몽'은 김지운 감독과 장준환 감독의 작품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를 무려 4만 번의 구타로 '뻥튀기'한 이들은 과연 액션영화의 대표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수 감독과 류승완 감독이다. 각자의 장르적 취향과 영화적 안목이 잘 반영된 섹션 명칭은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유머러스한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예년에 비해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외초청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특히 이런 변화는 올해 행사 기간이 하루 늘어나 몸집을 키운 것과 대비해 더 두드러져 보인다.
단편영화에 대한 애정과 지원은 상영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지난해 국내경쟁부문 작품을 쿡 TV에서 연계 상영한 데 이어 올해는 모바일까지 상영 플랫폼을 확대했다. 스마트폰의 대중적인 보급으로 이번의 모바일 상영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상영 수입 분배제도의 도입도 인상적이다. 단편영화계는 부담스러운 비용의 압박으로 자본금의 회수마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단편영화의 배급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제작비의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그동안 단편영화제로서는 파격적으로 상금 총액 3000만 원을 내걸며 일정 정도의 제작비 환수를 배려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상금마저도 단편영화의 배급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이에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지난해부터 쿡 TV 상영 수입과 극장 수입 전액을 경쟁부문 상영 감독들에게 배분하고,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통로를 찾는 등 단편영화의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개막 시기는 국내외 초대형 블록버스터들이 개봉하는 영화 시장 최고의 성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는 2008년 관객점유율 4위, 지난해는 관객점유율 3위와 예매 순위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무국 측은 올해도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틈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