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격납고서 게임 런칭, 자동차 정비소는 신차 발표 무대로 변신

스타크래프트2 래핑항공기 공개행사
비행기 격납고에서 열리는 e스포츠 경기와 새로운 게임 런칭, 또 자동차 정비 공간이 신차 발표 무대로의 변신도…

공연장 무대나 예술작품들로 넘쳐나는 갤러리, 책으로 가득 채워진 서고 등만이 문화 공간이라면 이젠 오산. 새로운 문화 공간은 끊임없이 태어난다. 굳이 문화 전용 공간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최근 '전혀 문화적이지 않은' 장소들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정확히는 문화 공간으로의 용도 변경이라기 보다는 변신 활용 정도. 격납고나 정비소 등 본래의 태생 목적을 완전히 벗어버리지 않고서도 충분히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화 코드로의 변신을 위한 요건은 결국 문화 마인드, 어떤 장소, 시간이든 애써 가리지도 않는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 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최근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 II: 자유의 날개(StarCraft® II: Wings of Liberty™)'를 최초로 선보이는 공식 장소로 비행기 격납고를 선택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게임 신제품 출시 기념 행사를 가진 것.

스타크래프트 II: 자유의 날개는 전세계 플레이어들과 비평가들에게 역대 최고의 실시간 전략 게임 중 하나로 호평을 받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1998년 인기작인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이다. 화려한 3D 그래픽을 자랑하며 프로토스와 테란, 저그 종족이 기존 유닛과 함께 더 강력해진 유닛과 새로운 유닛을 선보이며 재대결을 펼친다. 작금의 게이머들에게는 최대 관심사.

MINI 로렐 런칭 공간
격납고가 게임 신제품의 론칭 장소로까지 활용되게 된 것은 게임 분야가 이미 글로벌 문화상품이자 주요 IT 산업으로서 젊은 층의 아이콘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덕분이다. 대한항공이 격납고를 활용해 최근 스타리그의 후원에 이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의 공동 마케팅에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격납고가 매우 넓은 장소라는 점도 문화 공간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여 준다. 길이 180미터, 폭 90미터, 높이 27미터로 축구장 2개를 연결한 정도의 크기여서 비행기 3대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올 초에는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결승전이 펼쳐지기도 했는데 큼지막한 무대와 6500석의 좌석을 설치하고서도 공간이 넉넉히 남았다. 특설무대도 그 동안 펼쳐진 결승전 중 가장 큰 규모로 제작됐다는 후문. 무엇 보다 특설무대 왼편에는 비행기 1대가 세워져 있어 관람객들이 가까이에서 보는 비행기의 모습에 신기해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격납고를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도 기대 이상이다. 일단 격납고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가 아닌데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한 지역. 때문에 격납고를 처음 찾아온 이들은 무료하게 행사를 기다리지 않고 처음 보는 격납고의 모습에 오히려 더 흥미로워 한다.

그냥 두면 공터에 불과한 야외 공간도 더러는 문화의 옷을 입는다. 청담동 도산대로변에 위치한 실내 포장마차 '주주포차'. 대낮에는 자동차 정비소로 운영되는 이 곳은 얼마 전 BMW코리아의 미니 로렐(MINI Laurel) 출시 기념 파티 공간으로 활용됐다. 자동차 정비소나 포장마차에서 자동차 관련 행사가 개최된 것 또한 이번 경우가 처음.

BMW코리아의 주양예 부장은 "포장마차도 문화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콘셉트"라며 "미니의 독창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된 시도"라고 설명한다. BMW는 특별한 문화공간에서 미니 클럽맨' 특별에디션인 '미니 로렐 JCW'와 '미니 로렐 쿠퍼S' 등 새로운 차량들을 선보이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격납고라는 새로운 문화 공간 출범과 함께 7월 말 '스타크래프트 II: 자유의 날개' 전세계 동시 출시를 기념해 운항할 '스타크래프트 II' B747-400 래핑 항공기도 함께 공개했다.

래핑 항공기는 B747-400 동체 뒷부분에 '스타크래프트 II: 자유의 날개' 등장인물인 테란 영웅 '짐 레이너' 이미지가 특수 필름으로 입혀졌다. PC 게임업체의 게임 캐릭터가 항공기 외부에 래핑돼 세계 하늘을 나는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크래프트 II' 항공기는 이미 선보인 B747-400 항공기 1대를 비롯해 7월 초 B737-900 항공기 1대 등 모두 2대가 국내외 하늘을 6개월간 날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지상에서도 KAL 리무진 버스 4대에 '스타크래프트 II' 이미지가 래핑돼 운영된다.

서용원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전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E-Sports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격납고 론칭 행사와 래핑 항공기 운영으로 젊은 층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문화적인 항공사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