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 in Cinema] (20) 영화 <한여름밤의 꿈> 속 벨리니의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드라마틱한 아리아 판타스틱 버전으로 바꿔 효과 극대화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사실 <한여름밤의 꿈>은 그동안 영화, 연극, 음악, 무용 등으로 너무나 많이 만들어져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소재이다.

내용을 너무나 잘 알기에 줄거리를 몰라서 <한여름 밤의 꿈>을 보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 식상한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그 속에 들어 있는 '판타지' 때문이다.

아테네에 사는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두 사람은 밤중에 몰래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기로 하는데, 바로 이 계획을 헬레나가 알게 된다.

헬레나는 허미아를 짝사랑하는 드미트리어스를 역시 짝사랑하는 처녀이다. 하지의 전날 밤, 라이샌더와 함께 도망가는 허미아를 찾기 위해 드미트리어스가 숲으로 들어오고, 이 드미트리어스를 찾아 헬레나도 숲으로 들어온다.

한편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 또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바로 마을의 보통 사람들인 목수 피터 퀸즈, 직조공 니크 바텀, 풀무수선공 프란시스 플루트, 땜장이 톰 스타우트, 가구공 스너그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나흘 앞으로 다가온 테세우스 공작의 결혼식에서 선보일 연극을 연습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 숲에는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타니아가 살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은 사이가 나쁜 상태이다. 오베론은 여왕을 골려주기 위해 요정 퍼크를 시켜 눈에 바르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처음 보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꽃 즙을 구해오라고 한다. 오베론은 티타니아가 잠든 사이 그녀의 눈에 꽃 즙을 뿌린다. 잠에서 깨어난 티타니아는 퍼크의 농간으로 괴물로 변한 바텀을 보고 그에게 열렬한 사랑을 보낸다. 오베론은 고소해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오베론은 숲으로 들어온 두 쌍의 남녀를 보게 된다. 드미트리어스를 향해 열렬하게 구애하는 헬레나를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 오베론은 퍼크에게 마법의 꽃 즙을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뿌려주라고 한다. 하지만 퍼크가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뿌려야 할 꽃 즙을 라이샌더의 눈에 뿌리는 바람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만다.

오베론은 이들이 잠든 사이에 다시 마법을 부려 라이샌더는 허미아를, 드미트리어스는 헬레나를 사랑하도록 만들어 놓는다. 이렇게 해서 뒤죽박죽이 되었던 연인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오베론도 티타니아의 마법을 풀어주면서 서로 화해한다. 이야기는 서로의 짝을 찾은 두 쌍의 남녀가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 집에서 공작 부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끝난다.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호프만의 영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하지 전날 밤 아테네의 숲은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 숲이 아니라 촬영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세트라고 한다. 말하자면 한여름 밤의 꿈에 대한 인간의 판타지를 극대화해 놓은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무대와 함께 보는 이를 황홀한 환상에 빠지게 하드는 것은 역시 음악이다. 일찍이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가지고 극음악을 만들었는데, 이 영화에도 역시 멘델스존의 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볼 때,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한여름 밤의 꿈>인데, 멘델스존의 음악쯤은 나와주어야지 하는 예의차원에서 집어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곡은 따로 있다. 바로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 나오는 '정결한 여신'이다. 본래 이 곡은 오페라의 1막에서 드루이드교의 여사제 노르마가 신을 찬양하며 부르는 드라마틱한 아리아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드라마틱한 아리아를 판타스틱 버전으로 바꾸어 놓았다. 티타니아가 잠자리에 들고, 숲 속 요정들이 마치 반딧불이처럼 숲 속 여기저기를 떠다니는 장면에서 이 음악이 발산하는 환상적인 효과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 아름답고 환상적인 멜로디가 한여름 밤, 우리를 꿈꾸게 한다.



글 진화숙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