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개인전 <검은 폭풍><검은 바다>, <폭풍> 시리즈 중 대작 위주 35점 선보여

'생존', 2005
"나는 바다를 그리기 위해 바다를 깊이 묵상한다. 그 묵상은 내 그림의 원동력이다. 바다는 계절, 시간, 그리고 대기에 따라 변하지만, 바다에 대한 나의 존경은 한결 같다."

'폭풍의 화가'라는 별칭을 가진 변시지 화백(84)은 바다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바다가 시작되는 곳, 그 시원의 거친 생명력을 그려낸다.

빛나는 포말이 일렁이는 푸른 바다가 아닌, 요동치는 검은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강렬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변 화백의 그림이 가진 힘이다.

바다에 대한 극적인 이미지는 1980년대부터 제주의 바람과 검푸른 바다, 거친 파도를 그려낸 <검은 바다> 시리즈와 <폭풍> 시리즈에서 두드러진다.

제주 시절 초기, 부드럽고 가느다란 선으로, 잔잔한 수평선과 사나이, 조랑말이 어우러진 정감 어린 바다와 제주의 풍광을 그리던 변 화백의 화풍은 80년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의 붓질은 굵고 거칠어졌으며 화폭 속엔 광포한 바람이 휘돌았다.

'거친바다, 젖은하늘', 1996
서귀포에서 태어난 작가는 1977년 이후 줄곧 제주의 풍광을 담아오고 있지만 해외에서 그의 작품세계는 일찍이 주목받아 왔다. 1948년 당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모전인 광풍회에서 최연소의 나이로 최고상을 받으며 일본 미술계의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는 또한 2007년 6월부터 10년간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상설전시에 들어간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16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는 변 화백의 <이대로 가는 길>과 <난무>가 전시 중이다.

오는 8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에 있는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변시지 화백의 개인전 <검은 폭풍>이 열린다. <검은 바다> 시리즈와 <폭풍> 시리즈 중 대작 위주의 35점이다. 여기에 <가을비원>과 <자화상>, 그리고 작가가 직접 찍은 가족과 전시장 현장의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번 전시는 2011년 변시지미술관(제주, 서귀포)이 완공되기 전, 서울에서 열리는 마지막 개인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8월 5일부터 31일까지. 02-726-4428~9


'점하나', 200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