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리에이터즈 프로젝트 (The creators project)음악·영화 등 각 분야 선구자들 창조와 기술의 열정 소개 뉴욕, 런던, 상파울루 거쳐 8월 서울에서 컨퍼런스 개최

더 크리에이터즈 프로젝트 홈페이지
1920년대 파리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집결지였다. 그들은 카페에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자극하며 20세기를 정의할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에 몰두했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 파리의 카페는 온라인 상에서 부활했다. 캐나다의 미디어 그룹 바이스와 글로벌 기업 인텔이 공동 개최하는 더 크리에이터즈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We are the creators!

더 크리에이터즈 프로젝트(The creators project)는 음악, 영화, 디자인, 건축, 게임 등 각 분야를 선도하는 아티스트들을 모아 전세계 창조와 기술의 열정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지역과 상관 없이 촉망 받는 아티스트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첫째,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해 작품의 유통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작품 활동을 지지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창의력과 첨단 기술이 한 데 모여 부딪히고 융합하는 영감의 장이 온라인 상에서 구현된 것이다. 몬트리올에서 서브 컬처 전문 잡지로 시작해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으로 부상한 바이스는 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케이블 TV와 인터넷 방송으로 발을 넓힌 이력을 가지고 있다.

6월 26일 열린 뉴욕 컨퍼런스
창작자들이 모여 작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찾던 바이스가 컴퓨팅 기술 혁신 부문의 선두 기업인 인텔과 손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만든 더 크리에이터즈 프로젝트는 동서고금의 가치인 예술과 21세기의 달콤한 열매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하면 최고의 시너지로 융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제2의 바우하우스다.

현재 더 크리에이터즈 홈페이지(http://www.thecreatorsproject.com/ko-kr/)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7개국에서 선정된 80명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영상과 공연, 작업 영상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7개국 중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것.

장기하와 얼굴들, 가수 이윤정과 이현준의 , , DJ 소울스케이프 등 대중성과 비대중성 가운데서 묘하게 자리잡은 12명의 아티스트가 한국을 대표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7월 중순 현재 송호준, 정연두, EE, 서상영, DJ 소울스케이프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아티스트 선정을 담당한 바이스가 밝힌 기준은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이다.

"10년 전과는 모든 예술 작업 과정이 달라졌죠. 이제는 스튜디오 없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음반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저희는 자기만의 감성을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창조적으로 융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주로 뽑았어요."

바이스의 한국 프로젝트 매니저 김지운씨의 말이다. 인지도는 선정 기준에서 제외되므로 80명 중에는 영국의 켈레 오케렉처럼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있는가 하면 아예 무명의 예술가도 있다. 해당 분야에서 선도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면 인지도와 상관 없이 선정 대상이다. 김지운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초반 한국 아티스트의 후보는 60여명 정도.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는 바이스의 멤버들과 다른 미디어 그룹 등에서 자문을 얻어 리스트를 작성하고 상기 기준에 따라 최종 선발했다.

비주얼 아티스트 송호준
대중 문화 다음 차례는 순수 예술

크리에이터들 간 서로의 존재를 알리고 협업을 적극 권장한다는 프로젝트의 취지 아래 온라인 상의 만남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진다. 지난 6월26일 뉴욕의 밀크 스튜디오에서는 첫 번째 '크리에이터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8개 층 전부가 각 나라에서 모인 아티스트들의 열기로 가득찼다.

남아프리카의 랩 그룹 '다이 엔트워'드가 마스크를 쓰고 무대로 뛰어 들어와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안 한 쪽에서는 LA 출신의 감독 듀오 '래디컬 프렌드'의 피라미드 설치물이 선보였다. 인터랙티브 비디오 마에스트로라는 다소 생소한 직함을 가진 그들은 레이저와 홀로그램이 뒤섞인 영상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뉴욕 컨퍼런스에서는 3D 기술을 이용해 관객이 설치물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로봇을 이용해 따뜻한 사랑을 그린 스파이크 존즈와 비디오 게임 아티스트 마크 에센 등 장르를 불문한 예술가들의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 가운데 한국의 씨도 자기 작품을 전시하고 마음이 맞는 타국의 아티스트들과 안면을 텄다.

이 컨퍼런스는 7월17일 런던, 8월14일 상파울루, 8월28일 서울을 거쳐 마지막으로 베이징에서 9월17일부터 3일간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서울 컨퍼런스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들도 대거 초청될 예정이며 일반 관객들도 함께 모여 전시, 영상, 쇼, 토론 등 다양하고 동시다발적인 문화 체험을 하게 된다.

패션 디자이너 서상영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인텔 코리아 박성민 마케팅 본부장에 따르면 최근 토종 한국인 예술가들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 문화의 세계 진출에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고 있다.

"한국의 대중 문화는 이미 아시아권에서 그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에 피해를 준 적이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고, 우리만의 열정에 또한 감동합니다. 대중 문화의 다음 차례는 순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아티스트들이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컨퍼런스 이후에도 사이트 내 아티스트 영상은 지속적으로 업로드 될 예정이다. 금년을 기점으로 매년 열릴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좀 더 다양한 국적의, 더 기발하고 창조적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내년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서울 컨퍼런스의 장소는 미정이고 티켓은 판매가 아닌 초대권 발송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므로 꾸준히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업데이트 되는 소식을 체크해야겠다.

토털퍼포먼스팀 E.E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