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영화관, 서울시 좋은영화 감상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소통의 장 마련

영화가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해 영화가 손을 내밀고 있다. 또 음악이란 특정 장르를 통해 영화가 대중과 소통하려 한다.

영화, 문화소외계층과 소통을 시도하다

아동에서부터 노인,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에는 백발이 성성한 60대 이상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만 57세 이상 노년층을 위한 '실버영화관(구 허리우드극장)'은 옛날 영화를 상영하며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허리우드 클래식극장에서 노인들을 위한 실버영화관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노인들의 '문화낙원'으로 불린다. 이 때문인지 개관 1년 반 만에 10만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다녀갔다. 단돈 2000원만 내면 여러 번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노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실버영화관은 6월 18일부터 8월 12일까지 '그 곳엔 추억이 있다'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영화 <지옥의 묵시록>, <철부지 아씨>,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오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녀>, , <레테의 연가> 등 국내외 고전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영화관 측은 "노인들을 위한 문화전용 공간이 없다는 게 실버영화관을 개관한 이유"라며 "영화상영뿐만 아니라 공연이나 음악회 등을 하는 노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제15회 서울시 좋은영화 감상회>는 아동과 노인, 장애인들에게 영화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감상회는 '찾아가는 영화감상', '관수교 영화상영', '야외 영화상영', '장애인 초청 영화상영', '전용관 영화상영'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4월부터 10월까지 '문화복지, 나눔의 꽃이 활짝 피다'라는 주제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영화감상'은 서울 소재 아동, 노인 복지시설 및 사회복지관을 찾아간다. 영화 장르도 다양하게 선별해 7월에는 영화 <말아톤>, <가족>,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님은 먼 곳에> 등과 다큐멘터리 영화 <아마존의 눈물>에서 애니메이션 <아스트로 보이-아톰의 귀환>, <엘라의 모험2: 백설공주 길들이기>까지 연령층에 맞는 영화가 상영된다.

'관수교 영화상영'은 청계천 관수교 영화광장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기본 취지는 역량 있는 감독들의 독립,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것.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민들에게 독립영화를 소개함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를 좁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행사 주최 측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문화를 필요로 하는 계층에게 정기적인 문화행사로 정착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화생활에서 소외되기 쉬운 시민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복지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음악으로 대중과 대화하다

영화 <원스>와 <솔로리스트>는 줄거리보다는 영화 속 음악들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이다. 기타와 바이올린의 닮은 듯 다른 악기가 각 영화에서 울려 퍼지며 관객들에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두 영화 모두 사람들이 북적대는 거리에서 기타와 바이올린의 잔잔한 선율을 앞세워 영화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음악이 영화보다 앞에 서서 대중에게 손을 내밀어 이끈 셈이다.

두 영화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이었다.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되는 이 영화제는 음악과 영화를 한 데 묶는 데 성공했다. 음악을 소재로 삼은 전 세계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고 상을 수여한다. 아름다운 음색이 영화에 짙게 깔려 있다면 굳이'영화음악'이라고 명명되지 않아도 초대될 수 있다.

올해는 9개 섹션에 26개국 84편의 음악영화가 소개된다. 특히 <원스>와 <솔로리스트>를 잇는 개막작인 <더 콘서트>는 루마니아 출신의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의 작품. <더 콘서트>는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의 장엄한 연주가 스크린을 압도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흐르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프로그램은 경쟁 부문인'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을 중심으로 음악 극영화와 음악 다큐멘터리, 단편으로 이루어진 비경쟁 섹션, 그리고 심층적인 음악영화를 선보이는 주제와 변주, 영화음악상, 시네마콘서트로 이루어진 기획전 등 세 부분으로 크게 나누었다. 영화상영뿐만 아니라 음악 공연까지 겸해 대중에게 음악을 통한 영화와의 소통을 이끈다.

영화 팬들에게 가장 주목할 만한 섹션은 '주제와 변주'와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이다. 주제와 변주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주제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록과 팝 음악을 대표하는 명반들의 탄생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6편을 소개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 도어즈의 , 퀸의 , 존 레논의 , 엘톤 존의 , U2의 등 설명이 필요 없는 불후의 명반들의 탄생비화와 전율이 느껴지는 그들의 연주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에는 올해도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미 개봉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하모니>와 <요술>은 물론이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젊은이들이 밴드를 결성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에일리언 밴드>, 윤도현의 미국 록페스티벌 참가기 <플라잉 버터플라이> 등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포괄하는 한국 음악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음악과 자연, 그리고 영화가 합쳐진 영화제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다. 5회까지 음악영화제로 영화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며 "올해는 아시아 태평양 프로듀서 총회가 제천에서 열린다. 영화제의 기획과 방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음악영화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