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EU단편영화 교류전> 3분에서 24분까지 다양한 영화 낯선 유럽의 속내 비춰

유럽 단편영화 <마이 마더 런즈 시네마>
'당신은 유럽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이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오는 8월 5일부터 11일까지 광화문의 독립영화 전용관 시네마루에선 <2010 한-EU단편영화 교류전>이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유럽의 다양한 단편영화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유럽인들의 흥미로운 생활도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단 몇 분짜리 단편영화를 통해 유럽과 우리 사이의 틈이 좁아지는 걸 느끼는 건 시간문제다.

3분에서 24분 동안 펼쳐지는 유럽의 일상

엄마에게 영화를 가르치려면 얼마나 걸릴까? 3분이면 충분하다. 터키의 감독 네시미 예틱의 영화 <마이 마더 런즈 시네마(My Mother learns Cinema)>는 젊은 터키 영화감독이 유행에 뒤처진 어머니에게 영화 거장들에 대해 가르치는 과정이 담겼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러닝타임 3분인 이 영화 속에서 이미 그의 어머니는 영화의 광팬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은 어떤가. 리투아니아의 영화 <라이프라인(lifeline)>은 죽음이 나를 쫓는 긴박한 상황을 절묘하게 묘사했다. 영화는 단 3분 만에 관객에게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만든다.

<2010 한-EU단편영화 교류전>은 최소 3분에서 최대 24분까지의 단편영화들로 구성됐다. 40편의 영화 중 20분이 넘는 영화는 단 두 편뿐이다. 그루지아의 영화 <그레피(Graffiti)>는 정부의 억압과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두 커플의 이야기를 24분 동안 그려냈다. 불가리의 영화 도 23분 동안 세 커플이 등장해 ATM 기계 앞에서 세대와 사회적 차이를 넘어서는 신념을 드러낸다.

이처럼 이번 행사에 참여한 유럽 단편영화들은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이야기로 무장했다. TV를 보기 위해 할아버지의 카페로 가야 하는 12살 소년의 대혼란이나, 똥파리가 졸졸 쫓아다니는 특이한 문제를 지닌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 등 독특한 발상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단편영화들의 평균 상영시간은 12.6분으로 13분을 넘지 않는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알바니아, 에스토니아, 그루지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아르메니아, 벨로루시, 라트비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등 우리에게 낯선 국가들의 영화도 대거 포함돼 색다른 유럽의 풍경과 문화를 비추게 된다. 짧고 단조롭지만 강인한 여운을 남기며 단편영화의 진국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단편영화 교류전이 갖는 의미

"우리나라의 단편영화 제작비가 수천만 원을 넘고 있어요. 이건 말도 안 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이번 교류전에 참여한 유럽 영화들은 최저 제작비가 몇 만원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단편영화는 기술이 아니라 기발함과 독창성입니다."

<프랭크&웬디>
<2010 한-EU단편영화 교류전>을 진행하는 시네마루의 최공재 대표는 국내 단편영화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교류전을 시작했다. 우리의 단편영화 시장은 매우 좁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조차 소개되는 창구가 적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교류전이 중요한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국내 영화감독들도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유럽 단편영화들을 통해 작품활동을 해나가는데 자극을 받고, 예술적 기술적 부분에서 비교 체험을 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의 단편영화들이 의미와 내용보다는 볼거리 위주로 치중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단편영화만의 의미를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시네마루 측은 "유럽과 우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새로운 소통을 하고자 <2010 한-EU단편영화 교류전>이 마련됐다. 유럽 곳곳에서 수준 높은 단편영화들과 세계로 도약을 준비하는 국내 17편의 단편영화들이 함께하는 의미 있는 행사다"며 "유럽과 한국의 단편영화 비교체험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방송 유로채널과 협연한 이번 행사는 우리의 단편영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작업이다. 유로채널은 유럽 및 북미 등에 방송이 송출되는 대형 채널. 이번 교류전이 끝나면 유로채널은 유럽 및 북미의 200여만 가구에 우리의 단편영화를 방영할 예정이다. 숨어있던 우리의 단편영화들이 해외에서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단편영화 <햇빛 좋은 날에>(감독 조중만), <불온한 젊은 피>(감독 박미희), <불면증>(감독 박경원), <가물치>(감독 박남원), <브레인 커뮤니케이션>(감독 남승석), <가족사진>(감독 최정유), <신체발부수지부모>(감독 김수진) 등 엄선된 17편의 영화들이 해외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단편영화 <브레인 커뮤니케이션>
시네마루 최공재 대표
"한국 단편영화들의 해외진출에 앞장설 것"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다.
세계적인 배급망을 가진 케이블 방송인 유로채널과 MOU를 체결했다. 유로채널은 유럽과 북미 등 200만 가구에 방영되는 케이블 방송으로, 우리의 단편영화를 그 가구의 10%만 봐도 20만 가구가 보게 되는 것이다. 한국 단편영화들을 해외에 소개하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유럽 단편영화들의 수준은 어떤가.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은 독창성과 참신함 등이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유럽 단편영화들은 이런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기발하고 솔직한 화법으로 단편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단편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나 학생들이 꼭 봐야 할 지침서와도 같다.

국내에도 단편영화들이 넘쳐나는데.
우리의 단편영화들은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유럽의 단편영화 중에는 UCC를 보는듯한 영상도 있지만, 독창적인 발상이 무척 흥미롭다. 그러나 우리는 단편영화를 만드는 게 상업영화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단편영화의 수준은 우리보다 동남아 국가들인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훨씬 높게 평가 받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단편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나 학생들이 새로운 시각을 갖기를 바란다.

이번 행사의 목표는.
한국의 단편영화, 독립영화들은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 정말 잘 만든 영화들은 해외에 소개되고 국제영화제에서 상도 받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꼬집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즐거운 영화, 해외 일반 관객들도 공감할 만한 단편들을 많이 소개하는 게 이번 교류전의 목적이다. 매년 이 같은 행사를 열어 한국의 단편영화들을 많이 알리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서 단편영화로 수익을 낸다는 건 힘든 문제다. 반면 유럽은 단편영화로 감독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수익구조가 잘 마련돼 있다. 영화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우리와는 다르다. 이번 교류전을 통해 유로채널에 소개된 한국 단편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수익적 시스템도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을 기점으로 단편영화 온라인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감독들의 허락과 정식계약을 통해 일반인들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사이트다. 그러면서 동시에 감독들에게 수익을 내줄 수 있는 개념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단편영화의 질적 향상이 중요하다. 이번 교류전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한국 단편영화 <불면증>

시네마루 최공재 대표 /사진=임재범 기자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