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수아트프로젝트해외작가 13명 국내작가 8명 참여 '만안하세요?!' 진행

막수저 쌀롱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7월28일 저녁, 안양 석수시장통 한 건물 옥상에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도대체 내 말을 믿지 않아/ 돈 없어도 시골에서 팔자가 늘어진 걸" 귀농 뮤지션 사이의 느긋한 우크렐레 소리에 종일 지쳤을 사람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옥상 한켠에 마련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음악 중간 중간 추임새도 넣어가며 해질녘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공연 후에는 미술 작가 박미라, 백정기가 차례로 나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사방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대안공간 스톤앤워터가 여는 '막수저쌀롱' 풍경이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 열려서 ''이에요." 스톤앤워터는 지난해 3월부터 꾸준히 이런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막수저에는 부엌에서 막 쓰는 수저라는 뜻도 있다. 그만큼 누구나 편하게 즐기라는 취지다. 시장과 더불어 있는 공간의 특성을 살렸다.

석수시장의 '석수'를 영어로 옮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톤앤워터는 지역과 생활 속에 예술을 벌이는 일을 해 왔다. 공공미술의 모범 사례로 알려진 석수아트프로젝트도 스톤앤워터의 '작품'. 석수시장의 빈 점포를 전시장과 작업실로 삼아 삶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 시도다.

2005년부터 시작된 석수시장프로젝트가 2007년부터는 석수아트프로젝트로 성격을 조금 달리해 이어지고 있다. 석수시장프로젝트가 시장 활성화와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목표로 삼았다면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재개발 직전의 낙후된 상황 자체를 예술의 주제로 전환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제적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련해 작가들을 시장에 입주시키고 약 3개월 동안 작업하게 한다. 지역을 바탕으로 하지만 개발 자체가 세계적 이슈인데다, 해외 작가들이 참여하다 보니 '글로컬Glocal(Global+Local)'한 프로젝트다.

올해 석수아트프로젝트도 지난 7월17일 발대식을 갖고 시작되었다. 영국과 독일, 스위스와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온 해외 작가 13명과 한국 작가 8명이 올 여름 석수시장 곳곳에 예술을 꽃피울 예정이다.

올해 석수아트프로젝트의 특징은 시장을 넘어, 시장이 위치한 만안구를 조망한다는 것. 안양공공예술재단이 주최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와 협력해 '만안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다.

만안구는 안양의 옛 도심이지만, 현재는 다른 곳에 비해 쇠락해 있다. 행정과 산업의 잣대로는 다시 개발되어야 할 곳이나 예술의 눈에서는 쌓여 온 가치가 상당한 곳이다. 스톤앤워터 조두호 큐레이터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만들어진 지역문화는 오늘날 개발 계획에 가장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어떻게 그 가치를 유지시키면서 지역을 새롭게 할 수 있을지 예술적으로 제안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석수아트프로젝트에서 열린 클리스토프 두셰의 '삽무브먼트 SAP Movement'
이를 위해 작가들은 더위를 헤치며 지역을 꼼꼼히 탐사하는 중이다. 지역의 내력을 파고드는가 하면, 골목을 누비고 주민들에게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심지어 길에 버려진 것들을 주워 모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일본인 인류학자 아카리 준은 한국의 '아파트 천국화'를 테마로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중이고, 독일인 사진 작가 얀 레미츠는 만안구의 텃밭과 화단, 평상, 간판대 등 주민들이 도시를 사용하는 나름의 방식을 기록하고 있다.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 골목의 이야기를 발굴, 담에 그림을 그리는 '골목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근처에서 유난히 촉각을 곤두세운 채 방랑하는 이들이 눈에 띄면 작가라고 보면 된다.

그 결과는 9월 초 오픈 스튜디오와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 날만 날이 아니다. 작가들이 들락거리고 틈틈이 '쌀롱'이 서는 석수시장은 내내 장날이다. 스톤앤워터 옥상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깨비 공작소'가 지어지고, 근처 안양천에서는 뱃놀이가 벌어질 예정이다. 석수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스톤앤워터 홈페이지(www.stonenwater.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석수아트프로젝트에 전시된 트루디 엔트위슬의 '녹색 그림자 Green Shadow'
석수시장에 마련된 작가의 작업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