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앙 개인전 <Islets of Aspergers>특정 능력만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군상들 고립되고 왜곡된 우리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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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눈만 남았다. 어떤 이는 발만 부풀어 올랐으며, 어떤 이에게선 거대한 손만 보인다. 어떤 이들은 오른쪽 귀와 입만 남아서 들은 이야기를 한 방향으로 옮기기 바쁘다.

남은 신체 부위는 그에게 겨우 남은 감각이며, 그것을 통해서만 외부와 소통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를 옥죄기도 한다.

머리가 몸뚱이보다 큰 이는 혼자선 일어날 수조차 없다. 눈이 움푹 패고 코와 입과 발이 뭉그러진 이는 남은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잡아 스스로 온몸을 묶은 꼴이다.

전 광경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의 일종으로 특정한 능력만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상태다. 그러나 저 기괴한 군상들이 가리키는 곳은 병동이 아니라 우리다. 첫 눈의 이물감이 걷히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성질들이 와 닿는다. 엉뚱한 상황에 빗대어 쓴 풍자극처럼.

가령 우리는 각종 사건사고, 불의와 비합리 앞에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가 있다. 스스로 파 놓은 핑계의 구덩이에 발을 묻고 옴짝달싹 못하는 척 할 때가 있으며,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집착 때문에 줄기차게 손만 벌리고 있을 때도 있다. 풍문을 듣고 전하는 데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투항하고 이용하고 변명하려 드는 그런 욕망과 관습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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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의 인상은 브뢰겔의 그림이나 발자크의 소설을 보는 것 같다. 강도도 세다. 뜨끔함을 넘어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전시장 한쪽, 천장이 낮고 폭이 좁은 복도 같은 공간에는 해부대를 연상시키는 테이블이 줄줄이 놓여 있고, 각각마다 채 사지가 갖춰지지도 않은 '태아'들이 얹혀 있다. 이들도 입이나 귀, 눈만으로 인간임을 알린다.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이 공간에서 아스퍼거 증후군 현대인들이 '배양'되고 있는 것이다.

이 증후군은 개인의 심리인 동시에 사회 현상이다. 개인의 성질이 사회에 의해 분류되거나 부추겨지고, 그 규정이 다시 특정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맞물림의 반복을 통해 발현된 것이다. 우리는 독단적이지 못하다. 누가 나의 어떤 점을 주목하면 그 점을 확장하게 되고, 제도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에 기대되는 인간형과 닮아간다.

살과 감정을 가진 인간보다 인적 자원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기능성이 극대화된 인종이 나타나고, 관료주의의 톱니바퀴 속에서 인간의 부품화가 일어난다. 감각이 분화되어 재배치되고, 편리하지만 비겁한 소통의 습성이 생겨난다.

의 군상의 기괴함은 개인과 사회 간, 이런 복합적인 밀고 당김이 빚어내는 긴장감이기도 하다. 뒤틀린 자세 자체가 그 메커니즘인 셈이다. 한 '환자'는 아예 상체가 둘로 나뉘어 있다. 한 상체가 불끈 쥔 주먹을 전시장 한복판으로 내지르는 동안 한 상체는 무기력하게 기대어 있다. 의 '몸'은 저마다 분열과 분투의 장이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두산갤러리에서 8월2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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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적 증상 모티프 현대인의 상황 드러내

는 줄곧 '식물인간vegetative state', '가려움증pruritus' 같은 병적 증상을 모티프로 현대인의 상황을 드러내 왔다. 그가 만들어낸 몸의 상태는 수잔 손탁이 말하는 '은유로서의 질병'에 가깝다. 인간의 성질과 사회의 명명이 얽힌 동시대의 장면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니 낯설다. 이 증후군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알게 됐다. 그곳에서는 제법 잘 알려진 증후군이다. 주변에도 앓고 있는 이가 있었다. 한국에도 많을 것 같다. 다만 아직 우리 사회가 정신적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아서 묻혀 있을 뿐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비정상이라고 진단되지만 모차르트와 아인슈타인에게 나타났던 증후군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정상적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특징인 동시에 천재가 되는 특징이라는 것이.

Type XIII
병적 증상을 작업에 대입하는 이유는.

병적 증상은 개개인의 심리와 사회적 시스템이 맞물리는 한 상황인 것 같다. 특정 능력만 발달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람에 대한 사회의 기능적이고 편의적인 분류, 그것이 낳은 선입관과 관련해 해석해볼 수도 있다.

이전 작품들을 보니 몸과 몸을 엮거나 잇는 모티프도 눈에 띄더라.

내가 사람에게 집착하나 보다.(웃음) 'The One'이란 작품은 남녀의 등을 맞대어 꿰맸는데, 하나가 되었지만 오히려 마주 볼 수도 키스할 수도 없는 상황을 표현했다.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자면, 국가가 "우리는 하나"라고 구성원들을 설득할 때 이런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 같다.


최수앙 작가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