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 오프닝 콘서트 '저명연주가 시리즈'

개막연주회_탄둔_네 개의 삼중주, 지휘자, 청중과 함께하는 원형_지휘자 박정호, 타악기 알렉스 리포우스키, 피아노 리오 쿠오크맨, 베이스 스티븐 사스(왼쪽부터)
'창조와 재창조'를 테마로 열린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오프닝 콘서트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답게 올해 축제의 특징을 집약해 보여주었다.

지난 7월 29일,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첫 공연에선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상임작곡가로 처음 내한한 리차드 대니엘푸어와 지난해 공연에서도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는 탄둔의 작품은 특히 돋보였다.

국내 초연된 리차드 대니엘푸어의 '축복받은 자의 눈물'(Lcrimae Beati)은 모차르트의 진혼곡 중 '눈물의 날'(Lacrimosa)을 모티프로 했다.

모차르트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8마디로, '축복받은 자'는 곧 모차르트를 칭한다. 고전주의 음악가의 음악이 모티프이기 때문인지 현대음악의 난해함은 없었다. 마치 현의 흐느낌과 벅찬 기쁨을 모두 담아낸 듯한 곡은 세종솔로이스츠의 정제된 연주로 더욱 깊은 감동을 전했다.

대니엘푸어는 이번 음악제를 통해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1권'이란 곡도 국내 초연한다. 이는 지난 20년간 그가 작곡한 곡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실내악곡 중 하나로 그가 생각하는 음악의 정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는 신조에 부합하는 곡이라고 설명이다.

탄둔은 이번 공연을 통해서 이 시대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 중 한 명이라는데 또 한 번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가 재창조해낸 음악은 기보화되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음악인 세이킬로스의 비문(Epitaph of Seikilos)이라는 그리스 곡이다.

제사장이 된 지휘자와 제의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우면서도 둔탁한 소리, 그 사이를 지나는 스산한 바람소리, 제의에서 일어나는 집단적 최면이 '네 개의 삼중주, 지휘자, 청중과 함께하는 원형'(circle with four trios, conductor, and audience)을 채운다. '침묵의 역동성'에 주목한 탄둔의 예술세계를 담아낸 1992년 작이다.

중국의 전통악기를 든 연주자들은 무대를 나와 객석에 자리하면서 원형을 만들었으며, 이 '신성한' 원 속에 자리한 관객은 '하~'하며 바람 소리 내기, 속삭이다가 점점 더 크게 말하기로 탄둔의 작품을 연주자와 함께 엄숙하지만 유쾌하게 완성해냈다.

클래식 전용공연장으로 지난 6월에 완공된 630석 규모의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공연에서 빈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8월 13일까지 계속되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8월 8일 피날레 콘서트로 먼저 막을 내린다.



대관령=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