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 '풍경'
여기,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 펼쳐진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숫자로 말할 수 없는 풍경이자 오후와 밤이라는 경계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풍경이다. 이곳에는 오직 화가의 눈에 비친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신리라와 이효연의 시선은 오후의 풍경에 머물러 있다. 이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미온의 공기 속에 따뜻한 햇살과 잔잔한 바람을 느끼며 어느새 낮잠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정적인 이미지 안에 아날로그적인 일상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은 이른 아침도 아닌, 늦은 저녁도 아닌, 적당한 그 시간의 오후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다.

이채영과 장경애가 바라보는 시선은 밤이다. 이들의 밤 풍경은 항상 바라보고 지나가던 보통의 거리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특별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정적이 흐르는 이 모든 밤들은 먹에 의해 피어난다. 오로지 먹에 의존하는 이 흑백의 풍경을 통해서 단순히 검은 색만은 아닌, 다양한 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8월 4일부터 8월 28일까지. 신한갤러리. 02) 722-849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