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벌레 소리'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너무도 흔해서일까? 발길에 밟혀 지나가도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질긴 생명력의 잡초들, 언젠가부터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곁에서 하나둘 사라져 가는 풀벌레들, 마을회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잠자고 있는 우리들의 전통 악기들. 소외되고 버려진 것들이 모여 신명나는 소리 한마당, 놀이 한마당을 열었다."

정경희는 작은 벌레와 풀 포기, 우리 전통악기들을 그린다. 좀처럼 눈여겨보지 않는 풀, 벌레 그리고 먼지가 내려앉은 옛 악기이지만 작가의 수작업으로 소담스럽게 담아낸 이미지들은 뽐내지 않는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롭고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낸다.

소재로부터 비롯되는 세련된 동양적 감수성과 감각적인 색 대비의 리듬감,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주변의 작고 사소한, 차츰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전시이다.

각박한 도심 속에서 삶의 시름을 벗고 풀, 벌레, 자연의 소리와 옛 악기의 울림을 느끼며 한낮의 휴식과 만나게 된다. 7월 28일부터 8월 15일까지. 갤러리 밥. 02) 736-09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