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 전<종군 위안부>서 <러시아의 한인들>까지 역사의 한 토막 포착
지난 10년간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김지연 작가는 이렇듯 사진 속 인물들과 함께 그 시간을 살았다. 누군가의 삶 표면에 맴도는 눈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눈. 그래서 그녀는 '실천하는 사진가'로 불리곤 한다.
<종군 위안부>를 시작으로, <탈북 아이들>, <외국인 노동자>, <러시아의 한인들>로 이어진 네 권의 책은 그녀가 사진 속 인물들과 살아온 지난 10년간의 흔적이다.
일제식민지 시절의 뼈아픈 잔상과 6.25 전쟁이 남긴 상처, 21세기 이 땅에서 일어나는 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러시아의 황량한 벌판에서 채소 한 움큼 내놓고 팔던 고려인들. 그녀가 현재의 시점에서 겪어낸, 가슴을 묵직하게 하는 한국 역사의 한 토막이다.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낭만적인 사진가'의 삶을 택했던 그녀는 1990년대 말, 세상을 바꿀 힘의 원동력이 '나에 대한 끝없는 성찰'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숙명 같은 삶을 묵묵히 걸어온 이유다.
김지연 작가는 작가 노트의 마지막에 이렇게 써내려 갔다. "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 (중략) 우리는 우리가 이 지구 상의 하나뿐인 분단국가임을 잊고 살며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망각하는 죄를 짓고 있어. 모두 집단 최면에 걸린 듯 무관심이란 무서운 질병을 앓고 있지."
김지연 작가의 사진 속에 보이는 이들의 삶은, 우리가 무관심으로 일관하기엔 지극히 아름답다. 8월11일부터 24일까지 전시. T. 02-733-646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