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igerator'
박채희 작가의 작업은 '장보기'라는 극히 일상적인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부분들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정돈된 표현은 담백하고 재치 있는 표현으로 표출되어 일상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작가만의 독특한 화면을 도출해내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는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키워드와도 같은 것이다. 대형마트에 산적한 상품들은 제각기 다른 의미와 표정으로 현대를 반영한다.

이들은 때로는 물질문명의 개가를 드러내는 휘황한 훈장과도 같은 것이며, 때로는 지나친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욕망의 덩어리로 표현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상품들을 대단히 침착하고 차분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특정한 의미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도발적인 시선이 아니라, 대상이 되는 상품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조적 시각이다.

작가는 어쩌면 극히 일상적인 '장보기'라는 객관적 화두를 자신의 주관으로 구현함으로써 객관과 주관 사이에 존재하는 자신만의 내밀한 기억과 감정을 표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즉 작가는 '장보기'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이 속한 현대라는 시공을 반영하고, 이의 주관적 해석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8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미술공간 현. 02) 732-555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