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막후 사진전, 발레 갈라공연 등 색다른 감동과 묘미 선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사진전
막은 내렸지만 공연은 계속된다. 인기 있었던 공연이 막을 내리면서 공연 속 장면이나 배우들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별도의 자리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의 뮤지컬이 아닌 사진전, 갈라콘서트 등 다른 장르에서 펼쳐지는 행사들은 뮤지컬 관객들을 고스란히 불러들이며 기존 작품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간다. 이는 내용이 아닌 형식 면에서 공연 양식의 '스핀 오프(spin-off)'라고 할 만하다.

사진으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의 새로운 맛

올해 뮤지컬 행사 중에서 가장 컸던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부대행사의 하나로 뮤지컬 사진 전시회를 마련했다. 총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에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현장 사진들과 창간 10년을 맞은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이 그동안 소개한 뮤지컬 배우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늘 움직이는 존재인 뮤지컬배우들이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멈춰 있는 순간은 마니아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다. 특히 이 사진전에서는 공연 속 모습이 아닌 배우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공개돼 뮤지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호텔 아프리카>로 유명한 만화가 박희정의 뮤지컬 일러스트는 일반적인 경로로는 얻을 수 없는 작품이어서 더욱 희소성을 띠었다.

뮤지컬 '쓰릴 미' 사진전 'Frame A Thrill Me'
지난주에는 뮤지컬 <쓰릴 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 가 대학로 상명아트홀 갤러리에서 일주일 동안 열렸다. 2007년 초연 이후 출연한 배우들의 사진이 주를 이뤘고, 관객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팬 아트 등도 함께 공개됐다.

소극장 뮤지컬로서 이런 본격적인 전시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거대자본이 들어간 대형작품을 포함해 뮤지컬이 단독으로 사진전을 개최한 것도 처음이었다. 때문에 길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행사 기간 내내 전시회는 팬들로 성황을 이뤘다.

이번 전시를 주관한 뮤지컬 해븐은 "지금까지 <쓰릴 미>를 존재하게 한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공연의 감동을 또 한번 느끼게 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뮤지컬 사진전은 작품과 배우, 관객의 관계를 넘어 사회환원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에서 판매된 사진의 수익금은 문화예술 소외 청소년들에게 공연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쓰여졌고, 사진전 경매의 수익금 전액 역시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초보도 마니아도 만족시키는 갈라 콘서트

한국을 빛낸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마니아들은 음악 한 소절, 동작 하나만 있어도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을 알 정도지만, 초보 관객에게는 그저 유명한 뮤지컬 음악이거나 유명한 발레 동작일 뿐이다. 두 부류가 공통적으로 만족하는 공연이란 쉽게 찾을 수 없다. 마니아에게 시종일관 좋은 작품이 초보 관객에게는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라 콘서트는 이런 한계를 보완해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리다. 또 한 작품에서는 맛볼 수 없는 배우 개인의 진정한 역량을 느낄 수 있는 기회여서 팬들과 일반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22일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열린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갈라 콘서트는 기존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배우들의 매력이 재발견된 시간이었다. 그랭구아르, 에스메랄다, 콰지모도, 페뷔스 등 네 명의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극을 끌고 가는 힘에선 그랭구아르가, 개성에서는 콰지모도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갈라 콘서트는 페뷔스에 초점이 맞춰진 공연이었다. 프랑스 오리지널 팀 공연 당시 많은 인기를 얻으며 역대 페뷔스 중 가장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을 받은 로랑 방(Laurent Ban)은 이번 콘서트의 메인 게스트가 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 하면 반사적으로 그랭구아르나 콰지모도를 떠올렸던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캐릭터를 재발견하게 하는 자리였다. 갈라 콘서트를 기획한 허리케인 INC의 이광호 대표는 "내년부터는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관객들에게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갈라 공연이 가장 익숙한 분야는 발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그중에서도 발레 팬들이 해마다 기다리는 명품 갈라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갈라 콘서트의 로랑 방
발레라는 장르에 거부감이 있거나, 발레에 입문했지만 아직 전막 공연은 지루하게 느끼는 초보 관객에게 갈라 공연은 발레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김세연, 한국인 최초의 솔리스트로 승급한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서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리나들이 펼치는 기량의 향연은 마니아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축제이다. <돈 키호테>,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 <라 바야데르> 등의 클라이막스만을 모은 갈라 공연은 지루할 새 없이 공연을 이끌어 다시 전막 공연 관람에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이런 갈라 행사들은 결과적으로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유대감을 돈독히 하며 장기적으로 상생의 기능을 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진가를 더욱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되고, 관객은 공연에서 빛난 순간들이나 배우, 무용가들의 모습을 새롭게 마주하며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