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국내외 콩쿠르 수상 유망주 선별… 올해는 박정규 등 6명 서막 열어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서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카리엔 모던 앙상블
현대음악은 현대인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순수음악을 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늘 화두로 삼는 주제다.

올해로 다섯 해를 맞은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관객과 현대음악과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한국작곡가협회(사)는 기성 작곡가들의 신작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매년 10회의 정기 실내악 공연을 예술의 전당과 공동 기획해 올렸다.

그러나 공연장까지 관객을 끌어오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이 연주회가 소통이 아닌 일방적이거나 강요적인 것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작곡가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오는 9월 8일 열리는 7번째 무대 <젊은 작곡가 초청 실내악>은 이 같은 작곡제전의 변화를 알리는 출발점이다. 10회의 정기 실내악 공연 중 매년 9월엔 국내외 콩쿠르에서 우승한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어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지금껏 세계 유명 콩쿠르에서 활약한 국내 연주자들의 무대는 국내외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어보기는 쉽지 않았다. 신진 작곡가들의 무대를 따로 마련해주는 경우도 거의 없을 뿐더러 음반사에서 수익이 남지 않는 음반을 굳이 제작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굴지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국내 작곡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리로 표현된 그들의 작품을 누군가의 감상평이나 심사위원 평과 같은 글로 미루어 짐작하는 아쉬움은 이 무대를 통해 차츰 줄여갈 수 있게 됐다.

<젊은 작곡가 초청 실내악>의 서막은 6명의 작곡 유망주들이 연다. 미세한 음향의 변화에 주목한 박정규의 'Stille Nacht…', 생활 속 데자뷰 현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소의의 'Dejavu for String Quartet', 프랑스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론 강을 그려낸 김지현의 'The Starry Night, Over the Rhone for Piano Quintet', 전쟁 속에서 잔혹한 살인병기가 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지현의 'Vacuus Voces for Piano Quintet', 현악기의 다양한 색채를 실험한 양수철의 'String Quartet No. 2', 바흐의 마태 수난곡에서 모티프를 얻은 곽태평의 'Redemptio for 8 Strings' 등이 연주된다.

이들 곡은 2007년에서 2010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특히 작곡계에서 '놀랄만한 쾌거'로 받아들여졌던 곽태평의 스웨덴 ISCM 세계음악제 당선곡은 놓치기 아깝다.

"이번 공연은 세계적인 작곡 콩쿠르와 국내의 저명한 콩쿠르에서 입선한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별해서 마련했다. 작곡제전에 활기는 물론 지명도 있는 콩쿠르 간의 수준도 가늠해 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 진규영 교수(영남대, 작곡가)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매년 1월엔 외국에서 귀국한 작곡가들을 소개하고 5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현대음악 작품을 작곡해 어린이들과 연주하는 방식으로 차츰 관객들 속으로 파고들 예정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