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엽 초대展 <빛의 정원에서>전통에 바탕한 독자적 조형세계, '빛의 정원' 시리즈로 진정한 한국화 모색

화가 전준엽의 작품을 대하면 고향에 온 듯한, 또는 오래 익숙한 장소에 와있는 듯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작품이 푸근한 동양화풍인데다 눈과 마음으로 들어오는 색감이 따뜻하고 청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와 대화라도 하다보면 그 '편안함'의 실체를 더 멀리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작가 전준엽의 속깊은 삶과 심안(心眼)이다.

전 작가가 화가, 기자, 민중미술 등 다양한 삶의 궤적을 그리며 건져낸 것은 이 땅과 터전의 사람들에 대한 애정, 이들이 얽히고 설키며 형성된 우리 고유의 정서다. 전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빛'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고 껴안는다.

그 빛은 과학적인 빛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더불어 빛나는 상징적 메시지다. 즉, 밝음, 희망, 미래와 동의어이다. 이러한 상징(빛)은 작품에서 푸른 하늘, 강, 바다, 소나무, 물고기 등 흔한 소재들을 통해 오히려 강렬하게 전해진다.

"빛은 한국의 본질입니다. 우리의 건국신화에서 박혁거세의 알 이야기나 홍익인간에도 모두 빛, 밝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빛을 상징하는 것은 흰색이 아니라 파란색입 니다.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파란색을 희망의 색, 미래의 색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소쇄원 바람'
전 작가의 빛에 대한 철학은 그의 십수년간 이어온 연작 시리즈 <빛의 정원에서>라는 주제에 함축돼 있다. 이 빛의 향연이 9월 1일부터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펼쳐지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색 물결은 여전하고 나무와 강, 새 등 소재도 익숙한데 색체가 다양하고 깊어졌다. 작품 속 인물은 시간의 무게를 관조하는 선인처럼 느껴진다.

"이전에 비해 색체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파란색의 희망과 함께 우리의 정서(빛)를 좀 더 보이기 위해 황토색 계열을 가미했죠. 점점 우리 것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 작가의 30여 년의 화업과 수많은 국제 전시를 통해 얻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여진다. 전 작가는 한국 미술이 세계 무대에서 독자성을 갖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 것'에 창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진국이란 자기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팝 아트가 미국문화의 주류로 세계 미술을 주도하다보니 그것을 추종하는 것이 미술계에서 선도 주자인 것처럼 이야기도 하는데 자국 문화가 없으면 결국 미술도 설 자리를 잃습니다."

전 작가가 유화를 하면서 그만의 독자적인 한국화를 완성하려는 의중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가 서양화가이면서 동양화에서 사용하는 다시점 화법을 통해 동양화풍을 내고, 수묵화 특유의 번짐 효과를 필법에 응용하는 것, 작품 소재를 자연 산수에서 찾는 것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전 작가의 작업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고 전시를 의뢰하거나 작품 구매로 이어진다. 한국적인 그림을 통해 관객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고 싶다는 전 작가의 전시는 9월18일까지 계속된다. 02)730-3533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