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외계인의 열정>, <연쇄살인범의 열정>에 이어 작가 최원종과 연출 문삼화가 5년 만에 다시 뭉쳤다. 5년 만에 찾아온 열정시리즈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는 앞선 두 작품과 주제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희망마저 막다른 벽에 부딪쳤을 때 피투성이가 된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은 늘 공포와 직면하고 싸움의 결과는 언제나 비극적이지만, 이 비극성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멋있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일 것이다.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는 네 가지 상황을 연출하여 조금은 극단적인 상황에 빠져있는 8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에는 충동적 살인을 저지른 17살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며, 두 번째 이야기에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의족남과 비만녀가 등장한다.

세 번째 이야기에는 부모의 자살로 공황상태에 빠진 소년과 소녀가, 네 번째 이야기에는 트럭으로 배달하던 중에 사고사를 당한 젊은 부부가 등장한다. 완벽한 절망으로 희망을 삼는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공포와 맞서 싸우는 나약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9월 16일부터 10월 1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 011-9041-690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