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되고 낡은 과거만이 쾌쾌히 묵혀있을 것만 같은 노인들의 공원, 탑골공원.

그곳을 바라보는 젊은 무명희곡작가 현수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연인에게 바칠 프러포즈를 위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담아낸다. 그가 써내려가는 연극은 바로 <썽난 마고자>.

낡은 것은 무조건 없애려고 드는 서울시의 정책으로 탑골공원의 벤치가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성난 노인들은 낡음과 나약함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반하여 황혼연가를 부르짖는다.

현수가 써내려가는 <썽난 마고자>의 황혼연가와, 반대로 젊은 현수와 지현의 젊은 연가는 무대 위에 교차되어 풀어진다. 낡은 세월과 아직은 어리기만 한 어린 세월은 둘 다 너무도 나약하지만, 분명 황혼과 젊음은 멋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더욱 빛나는 것은 지나가버린 옛 과거도 아니고, 불투명하고 불안하기만 한 미래도 아닌, 바로 오늘이다.

오늘만큼은 낡지도, 어리지도 않은 아주 공평한 세월인 것이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과연 멋진 황혼과 젊음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고, 교차되는 그들의 삶을 통해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시사한다. 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 02)747-10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