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국제 정상급 작가 창작품으로 세계적 조각공원 조성

피터 버크, 영국 'Head Space' 3.5m의 거대한 철조두상, 3D 프린트 기법으로 인물의 머리를 등신대의 크기로 제작한 뒤 이를 원형모델로 삼아 캐스팅하고 그 결과물인 거푸집 자체를 확대해 독립된 작품
"문신 선생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면 오늘 행사를 전후해 행복해 하실 겁니다."

국제적 명성의 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은 8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신미술관에서 행해진 <제1회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 개막식에서 각국의 초대작가들을 대표해 말했다.

이어 세계 주요 조각가들이 거장 문신의 고향에서 그의 예술을 기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직접 작품을 제작, 설치함으로써 문신 예술이 시공을 넘어 빛나고 기억될 것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마산의 국제문화도시 건설을 위한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

개막식날 각국에서 온 초대 작가들은 심포지엄 기간(8월2일~9월31일) 동안 자신들이 제작할 작품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 작품들로 위대한 작가의 조각공원을 조성한다는 데 대해 기대를 나타냈다.

장 뤽 빌무스, 프랑스 'COMME UNE CAGE DE LUMIERE', 가로등설치 1985 : 대형설치작업으로서 지름 6.64m의 원형 지반에 높이 7m 가량의 가로등을 둘러 세워 놓았다.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은 올해가 문신 타계 15주년, 영구 귀국 30주년인 것을 기해 심포지엄을 통해 문신의 예술적 성과를 기리고 그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로 설정하는 한편, 국제적 조각가들의 작품으로 예술조각공원을 조성해 당대의 문화유산으로 후대에 전승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심포지엄은 첫 행사임에도 초대 작가들의 면면은 국내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각국을 대표하거나 세계 미술계에서 명성과 영향력을 지닌 이들로 피터 버크(영국), 장 뤽 빌무스(프랑스), 로버트 모리스ㆍ데니스 오펜하임(미국), 세키네 노부오ㆍ가와마타 다다시(일본), 쉬빙ㆍ왕루옌(중국), 박종배ㆍ박석원(한국) 등 6개국 10명의 조각가들이다.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 추진위원회(심문섭 위원장) 측은 작가들을 선정하는데 있어 문신예술과의 미학적 연계성, 설치장소의 환경과의 어울림, 국제미술계의 인지도, 한국의 대표적 예술공원에 기여할 작품의 조형성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초대 작가들은 문신 예술의 핵심인 '자연과 생명의 시메트리-애시메트리(Symmetry-Asymmetry in the Nature)'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심포지엄 기간 동안 직접 조각 작품을 만들어 문신미술관 주변 추산공원에 설치한다.

심포지엄 추진위원회 김영호 커미셔너(중앙대 교수)는 "시메트리-애시메트리는 단순한 좌우 대칭‧비대칭의 형태를 넘어 균형과 조화, 관계, 단일성 등의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이며 21세기 지구공동체가 추구하는 중심적 가치로서 자연, 생태, 생명, 환경의 메시지를 융합적으로 묶어내고 있다"면서 "시메트리-애시메트리가 사물과 사물, 정신과 물질 사이의 유기적 관계성과 이질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형식의 구상적 또는 추상적 작품으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모리스, 미국 'Labyrinth' 시리즈 , 한변의 길이가 12m가 되는 정삼각형의 설치 구조물로 문신조각심포니엄 주제인 시메트리-애시메트리의 미학을 독자적인 자신의 어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피터 버크는 자신의 작품 'Head Space'에 대해 "시메트리와 애시메트리의 핵심미학인 대칭과 비대칭 사이의 형상구조와 그 정신성을 드러내는 작업으로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데니스 오펜하임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창조적으로 연결한 'Falls'라는 분수조각을 통해 물과 빛이 함께하는 환경조형물을 선보인다.

일본 환경미술의 진수를 보여온 세키네 노부오와 가와마타 타다시는 사물, 공간의 관계를 통해 시메트리-애시메트리의 미학을 전한다. 쉬빙은 특유의 문자도 설치작업을, 왕루옌은 눈금이 왜곡된 삼각자를 매개로 문신 예술의 메시지를 찾아간다.

박종배는 '두개의 상반된 상황'의 작품으로, 박석원은 경계를 구분하는 '벽'으로 문신 미학의 '단일성', '물성'을 생각하게 한다.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은 내달 5일 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문신의 작품세계 및 조각예술에 관한 학술세미나로 이어지고, 초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조각공원은 10월 29일 개장한다.


데니스 오펜하임, 미국 'Falls' 2010, 분수조각으로 추산공원 내부에 이미 설치된 원형 분수대의 수면공간을 지지대로 활용한 것으로서 작가의 장소 수용능력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세키네 노부오, 일본 '공상(空相)'시리즈, 높이 5m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기둥은 거울처럼 주변 자연을 그대로 비추먀 그 위에 얹혀진 중량 25톤의 바위가 마치 공중에 부유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와마타 타다시, 일본 'Tree Hut' 시리즈, 추산공원 내의 거목 세 그루를 선택해 그 상단에 마치 새둥지와 같은 오두막집을 설치하고 'Tree hut in Moonshin'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쉬빙, 중국 마산바다를 묘사한 대표적 가곡 '가고파'를 자신이 발명한 특유의 문자로 번안한 후 돌에 새겨 오솔길을 따라 설치했다.
왕루옌, 중국 추산공원 깊숙이 자리한 조지언덕에 거대한 철재 삼각자 하나를 설치한다. 길이 7.6m, 높이 3.8m가 되는 삼각자가 자연에 설치되면서 파생되는 효과란 관객의 고유한 경험과 지적 체험에 따라 달리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종배, 한국 마산출신의 조각가로 두개의 다른 정체를 지닌 매스가 하나의 조형작품으로 단일성을 이루는 것이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인 시메트리-애시메트리의 미학을 가장 적절하게 표상한 작품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박석원, 한국 '벽'시리즈 폭 8m, 높이 4m인 화강암 구조물로 작품의 거대한 규모와 석재의 물성 앞에서 체감되는 위압감은 일종의 숭고라 부를 수 있는 차원의 미감으로 연계돼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