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복워광화문광장과 연계… 다양한 전통문화 콘텐츠 개발 계획 한창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경축행사에 앞서 복원된 광화문의 현판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광화문이 지난 8월15일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이자 광복 65주년을 맞은 해에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역사문화의 축이 원래대로 복원된 것은 큰 의의를 갖는다.

광화문 복원 당일 하루 27만 명의 인파가 이곳을 찾는 등 시민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광화문의 제 모습을 살펴보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으로서 어떻게 탈바꿈해가고 있는지 알아본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 겪으며 훼손·소실된 경복궁의 정문

조선 태조 4년인 1395년 창건된 광화문은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었다.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은 국왕과 백성이 소통하는 장소가 됐고, 때로는 유생들이 상소하는 곳이자 무과 시험과 각종 무기 시험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훼철되고,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일부 소실됐던 것을 박정희 대통령 당시인 1968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보수됐다.

광화문 전경 1980년대 추정
일제강점기 동안 일제는 우리민족의 문화를 말살하고 식민지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해 경복궁 안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신축했다. 그리고 광화문이 조선총독부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광화문을 경복궁의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이전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목조로 된 다락부분이 불에 타 소실됐다. 1968년 재건공사 때 철근 콘크리트가 사용됐고, 당시 중앙청 축에 맞춰 고종 당시의 위치에서 북쪽으로 11.2m, 동쪽으로 13.5m, 경복궁 중심축에서 3.75도 반시계 방향으로 틀어져 건립했다.

문화재청은 관련 사료와 문헌, 사진 등을 통해 광화문을 고종2년(1865년) 중건(重建) 때의 목조 구조로 복원했다. 우선, 일제가 강제로 이전한 경복궁의 정문을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았다. 또, 틀어졌던 방향과 위치도 바로잡았다. 이렇게 해서 광화문과 그 뒤의 흥예문, 근정문이 나란히 서게 됐다.

콘크리트 대신 육송을 사용했고, 발굴을 통해 수문장청, 용성문, 협생문 등 부속건물 6동과 광화문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임금이 다니던 길' 어도(御道) 100m, 궁궐의 담장 330m도 복원됐다.

현판도 박정희 대통령의 한글 친필 현판 대신 고종 중건 당시의 공사책임자인 영건도감제조 임태영(任泰瑛)의 현판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설치했다.

문화재청은 복원공사를 위해 북궐도형과 궁궐지,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고적도보, 1926년 일본인이 작성한 실측도면 등의 문헌자료에 의한 고증과 발굴조사를 통해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상당히 많은 사진자료가 남아 있어 이를 바탕으로 전통 건축기법과 재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역사와 전통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중

광화문 복원으로 광화문광장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일제에 의한 우리 문화와 역사 말살 시도 이후 자동차에 자리를 내줬던 조선시대 육조거리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시민들은 이제 광화문광장을 걸으며 광화문과 경복궁, 북악산 자락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광화문과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우리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담은 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비움의 광장' 운영기조로 유지하면서, 역사 문화 명소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전통문화체험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서울시가 운영중인 '왕궁수문장 순라의식'과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경복궁 교대의식'을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왕궁수문장 순라의식이 덕수궁 대한문을 출발해 서울광장과 세종교차로, 광화문광장과 다시 덕수궁으로 이어지는 왕궁수문장들의 도성순찰을 재현하는 행사다. 경복궁 교대의식은 궁궐 내부를 순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시 관계자는 "두 프로그램의 통합운영은 조선시대 대표 궁궐인 경복궁과 덕수궁이 육조거리를 재현한 광화문광장을 통해 공간적으로 연결된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내년부터 광화문광장 지하에 마련된 세종, 충무공 이야기와 연계해 '광화문 역사문화 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충무공 탄신일이 낀 봄에는 충무공을 테마로, 한글날이 있는 가을에는 세종대왕을 주제로 공연과 전시, 학술발표회 등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밖에 상시 운영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인 '가훈 써주기'와 '나도 임금이다'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가훈 써주기와 연계해 수묵화를 그리며 옛 문화의 멋과 정취를 체험할 수 있는 '문인화 그려주기' 프로그램을 9월 중 운영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